[스프] 유명 사기범에게 당해야, 피해자가 다수여야 구제받을 수 있는 전세사기?
경기 화성의 한 빌라에 살고 있는 청년 A 씨. 2021년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전 확인한 등기부등본은 당연히 깨끗했습니다. 집주인도 부동산도 모두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우연히 한 오픈채팅방에 자신의 전세거래를 중개했던 부동산의 명함이 올라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 채팅방은 부동산 리베이트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곳이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전세 계약 후 기존 임대인이 새 임대인에게 집을 팔아 집주인이 바뀐 상태였습니다. 계약 후 임대인이 갑자기 바뀐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 A 씨는 여러 정황상 중개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고, 일단 경찰에 진정서를 넣었습니다.
바뀐 새 임대인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새 임대인은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사기에 가담해 사실상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사장' 집주인일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몇 달 뒤 돌아올 만기 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입장에 놓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A 씨는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이 안 된 상태입니다. 보증보험 가입을 두 차례 신청했는데, 처음엔 전세가율이 높아 거절됐고, 두 번째는 새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집이 압류에 걸려 또 거절됐습니다.
'다수'가 아니라 '하나'라서 안 된다
그러면 A 씨는 최근 발의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돼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불가능합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해당 임대인으로 인해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다수'가 아니라 A 씨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피해 임차인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현 단계에선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지원 대상이 되려면 '다수'의 피해를 A 씨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A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번에 법안(기존 발의된 특별법)도 수정안(국토부가 제출한 수정의견)에도 제가 '다수'에 해당이 안 되거든요. (주변 피해자 중에) 찾아봤는데 없어요. 다른 데서 사기를 쳤는지 모르겠지만 공통된 바지사장의 이름은 없더라고요."
기존 특별법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지원대상이 협소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 1일 열린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에 수정의견을 들고 왔습니다. 수정안은 기존 법안보다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명시됐습니다. 개념이 모호하단 지적을 받았던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요건은 삭제됐고, 임대인의 사기 의도를 입증할 요건에 수사개시 외에도 '임대인의 기망'과 '바지사장에 대한 명의의전' 사례가 추가됐습니다.
'임대인 박 ㅁㅈ 피해자 찾습니다'
5월 3일 한 일간지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도 실렸습니다. '뭉칠수록 '피해자' 된다.', '빌라왕' 김 모씨, '건축왕' 남 모씨처럼 대중에 잘 알려진 전세사기 외에 부각되지 않은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임대인의 이름을, 명예훼손 우려로 실명 대신 초성 정도만 담아, 임대인 찾기에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할 때부터 높은 현실의 문턱을 체감한다고 합니다. 혼자 힘으로는 신고도 소송도 쉽지 않고, 가까스로 진행된다고 해도 한 사람의 문제제기만으로는 임대인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으니, 혼자가 아닌 집단의 힘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는 겁니다.
특히나 특별법 지원 대상에 '다수'라는 표현이 남아있는 한, 안 그래도 힘겨운 피해자들의 나와 같은 피해자 찾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혜미 기자par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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