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19금’ 소설 써서 국가신용등급 강등?…“안 본 눈 삽니다”

2023. 5. 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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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강행으로 잔뜩 성난 프랑스 여론이 경제 장관의 '시기 적절하지 못한' 음란 소설에 또 한 번 분노했다.

가디언은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혁에 대한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르메르의 신간으로 정부가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새로운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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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 신간 소설서 선정적 묘사 논란
“고물가 안챙기고 에로틱한 장면 쓰느라 시간 허비하나”
“남들이 하이킹을 가는 것처럼 나의 탈출구가 글쓰기인 것 뿐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가 최근 출판한 책의 선정적 장면이 사회적인 비판에 놓이자 이같이 말했다.[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강행으로 잔뜩 성난 프랑스 여론이 경제 장관의 ‘시기 적절하지 못한’ 음란 소설에 또 한 번 분노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주 신간 소설 ‘퓌그 아메리켄’(Fugue Américaine·미국식 일탈)을 출간했다.

소설은 한 피아니스트의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쿠바로 여행을 떠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소설 중간에 성관계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돼 있다.

소설은 즉각 프랑스 사회에서 풍자와 조롱, 비난거리가 됐다. 프랑스앵포 방송은 해당 대목이 독자들에게 “조롱과 경악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고, 프랑스판 허핑턴 포스트 역시 르메르의 선정적 묘사에 독자들이 기습적으로 당했다고 꼬집었다.

한 프랑스 역사학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정부가 해당 대목을 읽은 사람들을 위해 정신 상담을 해줘야 한다”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문제의 선정적 장면은 지난 1일 노동절에 맞춰 열린 연금개혁 규탄 시위에서도 항의 팻말의 주요 소재로 쓰였다.

가디언은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혁에 대한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르메르의 신간으로 정부가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새로운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르메르의 책이 출간되고 몇 시간 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다는 발표가 나오는 바람에 좌파 진영으로부터 경제 장관이 책을 쓰느라 나라 경제와 인플레이션 상황을 등한시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프랑수아 루팽 의원은 가디언에 “프랑스 국민이 물가 상승률로 큰 걱정을 하는 마당에 그가 에로틱한 장면을 쓰기 위해 1분, 1시간, 1주일을 헌신했어야 했나”라고 반문했다.

같은 정당의 토마 포트 의원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사람들이 냉장고를 채우거나 집세를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나라 전체가 연금 개혁과 싸우고 있는데, 이 와중에 르메르 장관은 책을 쓰고 있다. 끝까지 그들은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에 르메르 장관은 트위터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탈출구를 갖고 있다. 누군가는 정원을 가꾸고 누군가는 하이킹한다”며 “나에겐 글쓰기가 내면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부 장관은 BFM 방송에서 르메르 장관의 책을 읽진 않았다면서도 “장관들도 수트 뒤에 가려진 감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그의 집필 권리를 옹호했다.

르메르 장관은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경제 장관을 맡아왔고 그사이 5권의 책을 집필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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