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오너 리스크` 지배구조 흔드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3월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혼외자 2명이 최근 소송을 통해 법적 자녀로 인정받아 호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상속을 비롯한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성남지원은 지난해 6월 조정 성립에 따라 서 회장에게 20대와 10대 두 딸이 친생자임을 인지하라고 결정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서 회장 호적에 기존 두 아들 외에 두 딸이 추가로 등재된 것이다. 두 딸의 친모인 A씨는 서 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두 자녀를 낳았는데, 2012년 두 사람의 관계가 파탄난 이후 서 회장이 아버지 노릇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혼외자의 친모 A씨는 두 딸이 상속 재산을 나눠가질 수 있는 지위라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주주들 사이에선 이번 이슈가 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씨가 대표로 있는 두 회사가 최근 셀트리온 계열사로 추가된 데다, A씨가 두 딸이 상속 받을 지위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후계구도와 지분 등을 둘러싼 잡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A씨가 대표로 있는 두 회사 서린홀딩스와 서원디앤디는 최근 셀트리온 계열사로 추가됐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내역' 발표를 통해 셀트리온그룹 계열사가 기존 7개에서 9개로 2개 늘었다고 밝혔다.

서린홀딩스와 서원디앤디가 셀트리온 계열사로 편입된 이유는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인이 민법에 따라 혼인외 출생자의 생부·생모'도 친족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즉 총수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녀를 낳으면 친족으로 보고, 친인척 계열로 보는 것이다. 민법상 인지는 생부나 생모가 혼인외 출생자를 자기의 자녀로 인정하는 절차인데, 스스로 신고할 수도 있고 법원판결로 이뤄지기도 한다.

서정진 회장의 경우 법원 판결로 두 딸이 호적에 등재됐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고 장남인 서진석(39)씨는 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 차남인 서준석(36)씨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로 활동 중이다. 서 회장의 배우자와 두 아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두 딸의 법정 상속분은 36%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서 회장이 거부하면 소송을 통해 그 절반은 청구할 수 있어 법적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 회장측은 두 자녀의 면접교섭 청구소송과 관련해 "288억원 등 충분한 양육비를 지급했고 자녀들을 돌보려고 했지만, A씨가 불충실해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A씨가 계속 거액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A씨를 공갈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강민성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