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구인력 373명 빠져나갔는데…인천시는 절반 규모 재외동포청 유치에만 ‘사활’
‘원도심 활성화’ 제물포 르네상스에 ‘찬물’
인천지역 최대 기업 중 한 곳인 HD현대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 연구 인력 등 373명이 경기 판교로 발령 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자치단체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인천시는 이런 사실조차 파악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3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과 인천시, HD현대인프라코어 등에 따르면 원도심인 인천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인프라코어 글로벌연구개발(R&D)센터 연구직 367명과 일반직 6명 등 373명이 경기 판교에 있는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로 지난해 말 발령났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HD현대인프라코어 인천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연구직 517명과 일반직 453명, 생산직 1051명 등 2021명이다.
그러나 지난 3월 27일 연구직은 150명, 일반직은 447명, 생산직은 1051명 등 1648명으로 373명이 줄었다.
동구에 있는 지상 2층, 지상 12층의 HD현대인프라코어 글로벌연구개발(R&D)센터는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2012년 건축 허가 당시 ‘교육연구시설·연구소’로 용도가 지정됐고, 2014년 준공때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증받아 취득세 100%를 면제받았다. 이곳엔 이젠 연구원 150명만 남은 셈이다.
2021년 HD현대인프라코어에 인수되기 전 두산인프라코어는 “송도와 용인 수지에 분산된 건설기계·엔진 부문 연구 인력 800명을 모아 연구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시는 HD현대인프라코어에서 대규모 연구 인력이 유출됐는데도, 이런 사실 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는 이날 HD인프라코어 인천공장을 방문해 현황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원도심인 동구와 중구의 활성화를 위해 제물포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인천시는 정작 동구에서 대기업 연구 인력이 대거 유출된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투자 유치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며 지역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비롯해 기업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사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허 의원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연구 인력 등 373명을 판교로 발령한 것은 송도에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공무원 350명을 통째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기업의 이런 행위는 인천지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인천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허 의원은 이어 “인천시는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을 인천에 유치하는데 전 행정력을 쏟고 있는데 , 한쪽에서는 이보다 많은 대기업 인력이 유출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을 포함해 인천시의회는 물론 10개 군·구 등이 모두 나서 다음 달 출범할 재외동포청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외교부 공무원과 제주에 있는 재외동포재단, 병무청과 행안부, 법무부에서 파견될 공무원 등 150~200명 정도로 구성될 계획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핵심 사업장은 여전히 인천”이라며 “R&D인력들도 인천과 판교에서 유연하게 근무하고 있고, 인천공장에 신입과 경력 등도 지속해서 충원해 지역경제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찬진 인천 동구청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HD현대인프라코어는 동구에서 현대제철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대기업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생산공장은 그대로 둔 채 R&D 연구 인력만 유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 활성화에 제동을 걸 뿐만 아니라 동구의 인구 유출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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