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이 무슨 죄' 19금 예능에서 청소년 영향을 걱정해야하는 현실 [고재완의 전지적기자시점]

고재완 2023. 5. 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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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 MC 신동엽. 사진 제공=넷플릭스

[고재완의 전지적 기자시점] 물론 감수성이라는 것이 있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떤 방향으로든 걱정이 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비난을 하려면 비난의 논리는 정확해야한다. 그래야 대중들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최근 페미니즘이 일반 대중들에게 평가 절하되는 것 역시 페미니즘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페미니즘'을 등에 업고 비논리적인 주장 등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국민MC' 신동엽이 위협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시리즈 '성+인물' 일본편으로 인해 신동엽의 각종 방송 하차요구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라면 어린이 프로그램 MC는 어린이 프로그램만 맡아야하고 성인 예능 MC는 성인 예능만 맡아야 한다.

'성+인물'은 성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AV(성인비디오) 배우들을 만나 성인문화 산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때문에 성인물이 불법인 국내에서 AV산업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급기야 'TV동물농장'의 MC인 신동엽이 하차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는 선후관계가 명확치 않다. '성+인물'은 엄연히 19세 이하인 자는 관람불가인 영상물이다. 성인들만 봐야하는 콘텐츠라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을까. 몰래 시청할 수도 있다는 점은 시청할 수 없게 만들어야할 문제이지 MC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AV산업이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하지만 유교적인 사상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어서 그렇지 눈을 넓혀보면 성을 법으로 막는 것 자체가 토론의 여지가 많은 문제이기도 하다.

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MC가 'TV 동물농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어린이 프로그램 MC가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생각만 하고 산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MC가 나쁜(?) 생각을 한다고 누가 "잘못했다"고 말 할 수 있나.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신동엽이 '뽀뽀뽀'나 'TV 유치원' 같은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다면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신동엽이 MC를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동물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TV 동물농장'이다.

신동엽은 그동안 19금 선을 무난하게 잘 타는 MC로 이름이 높았다. JTBC '마녀사냥'이나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역시 이같은 신동엽의 능력으로 인해 화제를 모았던 예능들이다. '성+인물'의 MC로 발탁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신동엽은 국내 예능계에서 독보적인 '보물'에 가깝다. 19금 예능과 일반 예능의 선을 완벽하게 구분하고 진행력을 발휘하는 MC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TV 동물농장'은 신동엽이 동물들에 대한 애정으로 23년간 맡아온 자리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단순히 성 관련 콘텐츠에 출연했다고 하차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성+인물'의 연출을 맡은 정효민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마녀사냥'도 초반에는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는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분들이 모여서, 그 의견이 공통되게 된다. 그 안에서만 얘기를 나누며 매몰되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 서로 얘기 나누고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좌표는 어디일까'를 얘기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나" "어떻게 이런 콘텐츠의 MC를 맡을 수 있나" "이런 콘텐츠의 MC를 맡은 이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야한다"는 식으로 담론을 발전시키다보면 우라 콘텐츠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콘텐츠를 만들게 됐나" "우리와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나" "세상에는 많은 의견이 있구나"라는 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가 좀 더 폭넓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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