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살인, 간병 파산 이어지는데···국가는 책임이 없을까
개인의 간병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고 나아가 생애주기별 간병 국가책임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간호와돌봄을바꾸는시민행동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초고령화 시대, 간병 파산-간병 문제 해법을 모색한다’ 토론회를 열었다. 두 단체는 간병 부담은 오래된 문제이지만 최근 저출생·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간병 파산’이나 ‘간병 살인’ 등 비극적 사건이 이어지고, 가족돌봄청년이 겪는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사회가 해결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봤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이날 발제에서 2021년 노·정 합의를 통해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을 중심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하 통합병동)을 2026년까지 전면 확대한다고 합의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인력과 재정을 확보하고 제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실행력을 확보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통합병동은 병원에서 간호사, 간호조무사, 지원인력이 한 팀이 돼 보호자 없이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2016년 도입됐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나온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의 발제 자료에 따르면 통합병동 도입으로 간병비 부담은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때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10만원→2만원)으로 줄었다. 가족 간병률도 4.6%포인트(2018년 기준 예상치 65.8%→실제 61.2%) 감소 효과를 냈다.
김 교수는 “전체 간병수요는 상급종합병원이 68.5%이나, 통합병동 공급은 16.7%에 그친다”며 수요자 기준으로 통합병동을 우선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와 간호인력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서울 소재 의료기관은 참여 병상을 4개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통합병동 확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우선은 지역에서도 간병, 돌봄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지역·중소병원의 참여율이 높아질 때까지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환자 중심으로 통합병동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정토론자인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현재 통합병동은 경증환자를 주로 받아 정작 중증환자들이 이용할 수 없다. 이제는 대상을 중증환자로 확대하고 간병인이 상주하는 공동 간병 방식 등 서비스 질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간호’ 중심으로 확대방안 논의가 돼왔는데, ‘간병’에 초점을 맞추고 개혁해야 한다”며 “요양보호사를 포함해 가족 간병인 등 간병인력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간병사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원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급성기 병원을 나와서도 간병돌봄이 필요하면 현재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요양원), 방문재가 요양 등의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요양시설과 재가 요양을 이용할 때 일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다. 요양병원은 현재 간병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한다. 통합병동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간병비 급여화 방식을 다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정토론자인 이원필 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 원장은 “공공요양시설이 전체의 1.8%인 상황이 계속돼야 하는가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8세까지는 아동돌봄 급여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이후 급성기에 해당하는 6개월 이하 돌봄은 단기돌봄 급여로, 6개월 이상 장기요양상태로 진입하면 장기돌봄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전 국민 생애돌봄 국가책임제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주호 원장도 “통합병동과 함께 요양병원, 요양시설, 방문재가 등 4가지 축으로 간병돌봄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이나 지역사회 통합돌봄 인프라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고 등 재정 투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합의가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5011628001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5012130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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