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선도 참전, 신동빈 정용진 허희수 등 재벌가 '햄버거 전쟁' 최후 승자는?

강우진 2023. 5. 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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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야심작 파이브가이즈 국내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재벌가의 자존심 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오너가가 직접 나선 햄버거 시장 경쟁에서, 누가 '왕좌'를 차지할지 관심이 크다. 현재 국내 버거시장은 소비 양극화의 영향으로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갈라져 있는 상태로, 각각의 선택과 집중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파이브가이즈는 오는 6월 말 서울 강남대로에 국내 1호점을 개점한다. 올해 하반기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내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입점도 확정지었다. 한화갤러리아는 미국 본사와 향후 5년간 국내에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15개 열기로 협의했다. 지난 1일에는 파이브가이즈 운영 자회사 설립을 밝히며 본격 운영 체제에 돌입했다.

파이브가이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주도해 국내에 도입한 미국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다. 김 전략본부장이 브랜드 검토부터 계약 체결까지 총괄한 첫 신사업으로, 미국 유학 시절 패티 커스터마이징과 땅콩기름 사용 등 파이브가이즈의 장점을 접하면서 국내 도입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매장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이브가이즈 관련 게시물을 잇달아 올릴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리고 있다. 비슷한 가격대에 프리미엄을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사진제공=SPC그룹

이에 따라 국내 재벌가 중에서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프리미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이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쉐이크쉑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허 부사장은 2011년부터 쉐이크쉑의 창업자인 대니 마이어 회장을 직접 찾아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등 정성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노력으로 도입 초창기 쉐이크쉑 1호점(강남점) 매출은 전 세계 매장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하루 평균 3000~3500개의 버거가 판매됐다. 2016년 2곳으로 시작했던 매장은 현재는 25곳으로 늘어나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쉐이크쉑은 앞으로 지역 매장 특색에 맞는 공간 구성과 아트워크를 배치하고, 고유 시그니처 메뉴를 출시하는 등 시각, 청각, 미각이 즐거운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례로 지난달 개점한 쉐이크쉑 부산센텀점은 특수 제작한 조명을 바탕으로 첨단도시인 센텀시티의 모습을 표현했고, 요거트와 레몬 맛을 더한 아이스크림 '서핑 해운대'를 시그니처 디저트로 선보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햄버거를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국내 햄버거 시장에서 공룡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국내 매장수는 1330곳에 달한다.

롯데리아는 작고한 신격호 롯데 창업주가 1979년 선도적으로 서양 외식 문화인 햄버거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시작한 패스트푸드 브랜드다. 특히 한국화 전략으로 40년간 대표적 햄버거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롯데리아의 성공에는 1992년 출시된 불고기버거의 영향이 컸다. 불고기 양념을 활용해 한국인의 입맛을 제대로 공략했다. 약 30년간 누적 10억개 이상 판매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9년 8억개, 2020년 8억5000개, 2021년 9억개 지난해 10억개로 판매량은 여전히 증가세다. IMF 구제금융 시대에는 소비자들의 '밥심' 수요를 자극하는 라이스버거를 출시, 한 달 만에 약 80만개를 판매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베트남 시장 진출에 있어서 첨병 역할을 한 롯데리아의 해외진출 사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노브랜드 버거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 경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버거플랜트와 자니로켓 사업을 접은 바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난 2019년 8월 노브랜드 버거를 론칭했다.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1호점으로 홍대점을 오픈한 이후 업계 최단기간인 1년 8개월 만에 100호점을 달성하고, 지난해 12월 200호점인 안동중앙점을 오픈하며 정상궤도에 올랐다.

패티·소스 등 노브랜드 버거 제품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부회장도 신세계 그룹 SSG랜더스 야구단과 NBB DAY(노브랜드 버거 데이) 이벤트에서 노브랜드 버거를 홍보하는 등 여전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신세계는 노브랜드 버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메뉴 출시와 색다른 마케팅을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충청지역과 호남지역으로 매장도 확대해 올 연말까지 전국 250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햄버거에 사용되는 번을 식물성으로 전격 전환한다. 버터, 우유, 계란 등 동물성 재료를 대신해 100%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어 탄소 저감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 대체육 패티, 식물성 재료로 구현한 너겟 등 저탄소 건강 메뉴도 릴레이 출시할 예정이다.

'햄버거 전쟁'으로 재벌가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거둘 지 업계의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햄버거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의 입맛이 바뀌면서 프리미엄 버거를 선호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고,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가성비 햄버거를 찾는 양극화 경향이 버거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생존을 위한 투트랙 전략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강화해 정면 대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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