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물가 안정세? 상승요인 여전히 많아
[앵커]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년 2개월 만에 3%대로 돌아오면서 둔화 흐름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물가상승 폭이 다시 커질 요인은 많습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리포트]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보다 0.5%포인트 낮고요.
이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입니다.
물가가 좀 안정세를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올해 중반까지는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한국은행 전망입니다.
이번 물가 상승률 하락은 기름값이 싸진 덕분입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6.4% 내렸는데요.
하락 기록은 석 달째고, 거의 3년 만에 가장 큰 폭입니다.
기름값은 차량을 몰고 다니시는 분들한테만이 아니라 곳곳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죠.
이렇게 보면 주춤해진 물가 상승세, 피부로 느껴져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으실 겁니다.
취재진이 시장에 나가봤습니다.
이 식당은 빈대떡을 20년째 한 장에 5천 원으로 팔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기본 재료가 들어간 빈대떡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 종류는 가격을 올렸습니다.
[박금순/자영업자 : "이것도(고기 빈대떡) 8천 원 했었어요, 처음에는. 그런데 고기가 오르고 난 다음에는 이제 만 원으로 된 거예요. 다른 데는 만 2천 원까지 받더라고요."]
그 근처 만둣집도 재료비 부담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조윤선/자영업자 : "밀가루뿐만 아니라 모든, 모든 재료비가 많이 올랐죠. 만두에 들어가는 것도 역시나, 채소 같은 것도 어마어마 많이 올랐죠."]
물가 상승률이 좀 내려왔을 뿐이지, 물가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품목별로 좀 보면요.
햄, 통조림 같은 가공식품 7.9% 올랐습니다.
농산물은 1.1% 올랐는데, 채소류가 7.1% 급등했습니다.
양파, 파, 풋고추 등이 많이 비싸졌습니다.
육고기는 좀 싸졌지만, 고등어 같은 수산물은 6.1% 비싸졌습니다.
개인서비스 쪽은요. 6.1% 올라 상승 폭이 더 커졌고요.
외식비가 7.6% 올랐습니다.
미용실 등 외식이 아닌 개인서비스는 5% 올랐는데, 2003년 11월에 5%를 기록했으니, 19년 5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인건비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오르는 양상입니다.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내리는 석유류 같은 것들을 제외한 물가를 '근원물가'라고 하죠.
이 근원물가 상승률은 4.0%를 기록하며 여전했습니다.
특히 빵이나 과자 상승률이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설탕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거래소에선, 설탕이나 그 원료인 '원당'의 선물 거래 가격이 올해만 30% 정도 올랐습니다.
모두 약 12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슈거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이렇게 설탕 가격 오르는 배경은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
덥고 습한 날씨에 사탕수수가 잘 자라는데요.
그런데 브라질에선 한여름이었던 지난 연말부터 심각한 가뭄을 겪다가, 이례적인 우기를 맞는 등 이상기후가 심해 사탕수수 농사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해 5월부터 설탕이 자국 밖으로 나가는 수출을 제한했습니다.
생산과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심지어 이런 세계 설탕 가격, 아직 국내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빵, 과자부터 해서 먹거리 가격이 앞으로 더 비싸질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올해 안에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능성 크죠.
산유국이 기름 생산을 줄이면 싸진 기름값마저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은 현재진행형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오승목 기자 (o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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