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론칭? 리버버스 졸속과 땜빵 사이

윤정희 기자 2023. 5. 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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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리즈] 리버버스 실패의 답습❸
2005년 시작된 수상교통의 꿈
2007년 수상콜택시 론칭했지만
복잡한 환승동선으로 호응 없어
태풍·결빙 등 기후 상황 운항 변수
1년 만에 서비스 론칭 가능할까
속도만 내는 정책, 시민만 불편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18년간 이어진 꿈이 있습니다. 한강을 활용한 '수상교통망 구축' 프로젝트입니다. 이 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입니다. 서울의 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물 위를 달리는 대체교통수단 도입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모두 '실패'였습니다. 이번에는 과연 다른 결말을 쓸 수 있을까요? 리버버스 실패의 답습, 세번째 편입니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한강을 중심으로 한 수상교통체계 구축을 추진해왔다. 사진은 텅 비어 있는 수상택시 매표소.[사진=연합뉴스]

'한강에 수상택시 뜬다' '한강 프로젝트 발표… 수상택시 달린다' '꽉 막힌 출근길? 이젠 수상택시 타고 씽씽.' 어디서 한번쯤 본 듯한 내용들입니다. 맞습니다. 이들은 수상택시를 주제로 한 신문기사의 타이틀입니다.

언뜻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 제목들이 등장한 시기는 제각기 다릅니다. '한강에 수상택시가 뜬다'는 소식은 2005년 3월 처음 전해졌습니다. 한강 프로젝트는 2006년 9월 발표됐습니다. 출근길 수상택시를 타면 '씽씽' 달릴 수 있을 것이란 기사는 2007년 10월 보도됐죠.

그렇지만 여기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언론에 '수상택시'를 전면으로 내세운 주체가 바로 서울시였다는 점입니다. 달리 해석하면, 서울시에서 수상택시 서비스를 론칭하려 했던 게 한두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럼 결과는 어땠을까요? 2005년 3월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사업소가 준비하던 수상택시 서비스는 한달 만에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운행요금 결정, 연계 교통수단 마련 등 여러 사안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2006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구상했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속 수상택시는 그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논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여론의 반발은 물론 세부 대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불거지면서 사업의 필요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숱한 진통 끝에 2007년 10월 '서울시 수상관광콜택시'가 정식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초라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2007년 수상택시의 일평균 이용자 수는 단 73명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3년 후인 2020년엔 이용자 수가 한 자릿수(8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수상택시를 외면한 시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수상택시를 타러 가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번거롭다." 결국 서울시의 수상택시 서비스는 별다른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한 '정책 실패' 사례로 남고 말았죠.

보시다시피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수상택시와 같은 해상교통수단을 통해 교통혼잡을 완화하겠다는 포부를 품어왔습니다. 주목할 점은 그 꿈이 이젠 '리버버스(River Bus)'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혼잡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서울시가 또다시 '한강'이란 카드를 꺼내든 겁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2.0'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어딘지 낯설지 않은 이름입니다. 그럴 만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 시장이 2007년 수상택시 대중화란 밑그림을 그렸던 '한강 르네상스'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서울시 수상관광콜택시 서비스가 정식 출범했지만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사진=뉴시스]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과거의 실패(수상택시)에도 서울시가 한강에서 답을 찾으려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냐는 겁니다. 리버버스 실패의 답습 2편에서 살펴봤듯, 다른 대중교통 수단과 효율적인 환승체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리버버스는 '제2의 수상택시'가 될 게 불 보듯 뻔한데 말입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수상사업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수상교통이 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교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시성이다. 시간 안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느냐가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하단 거다. 리버버스를 대중교통이란 틀 안에서 보면, 해상에서는 교통 정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정시성 측면에서 육상교통보다 훨씬 우월할 수 있다."

일견 타당한 듯하지만, 해상이라고 해서 걸림돌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강명구 서울시립대(도시공학) 교수는 "한강에는 '수중보'라는 게 있다"면서 "가뭄 등을 대비해 일종의 예비 용수를 모아 가둬둔 곳인데, 한강에서 보가 막혀 있는 지점은 배로 뛰어넘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달리 해석하면, 서울시가 리버버스의 길을 설계할 때, 수중보 때문에 우회로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더 빠른 길을 두고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리버버스의 가치를 위협하는 변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태풍, 결빙 등 날씨로 인한 긴급 상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 수상사업부 관계자는 "태풍이 불거나 장마로 인해 한강 수면이 너무 높은 경우에는 당연히 운항을 못 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단순히 비가 온다고 해서 선박이 무조건 운항을 못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겨울철 한강이 얼어도 결빙이 되는 일수가 1년에 며칠 되지 않는다"면서 "일반버스라 하더라도 이런저런 사고 때문에 도로 사정이 어려우면 며칠은 운행을 못 하는데, 리버버스는 그보다 약간 많은 정도 수준이 아닐까 싶다"고 관측했습니다.

기상 상황이란 변수는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리버버스가 운항을 못 하는 빈도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하지만 같은 해상교통수단인 수상택시 운영기관의 말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기관의 관계자는 "동절기 수온이 너무 많이 떨어지면 선박 입구나 배기통, 흡입구 등이 얼어 운행에 지장이 생긴다"면서 "그래서 동절기에는 이용객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리버버스도 자칫 특정한 시기에만 운행하는 제한적 교통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항시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책 담당자의) "며칠 운행 못 한다고 대수냐"는 식의 발상은 일견 무책임해 보이기도 합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이 조금만 연착해도 발을 동동 구르고, 버스 배차 간격이 크면 '민원'을 넣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출퇴근 대란을 일으킨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고 있는 게 우리의 현주소죠. "며칠 운행 못 해도 별다른 일 없을 것"이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담당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전장연의 시위를 막는 이유와 명분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이 얼어서' '강풍이 불어서' '기온이 너무 떨어져서' 운항을 못 한다는 리버버스가 과연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요? 서울시가 '시민들의 편의'를 앞세워 리버버스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수상택시와 다른 길 갈까

어쨌거나 '예상 가능한' 변수들이 곳곳에 있는 상황에서도 서울시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1년 이내에 리버버스를 본격 운항할 예정"이라며 "세부실행 방안은 빠른 시일 내에 구체화할 계획"이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수상택시의 사례가 여실히 보여주듯, 리버버스는 무작정 '속도론'을 내세울 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강명구 교수는 "서울시의 구상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거기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치킨집을 운영한다고 해도 손님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지 않나. 리버버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리버버스를 이용할 것이며, 리버버스 운영 주체가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할지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한번에 금방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서두르면 오히려 정책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건 결국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다. 따라서 리버버스 정책도 큰 호흡과 장기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비교ㆍ분석할 필요가 있다. 단편적인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반드시 오류가 발생하고, 그러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빠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단 목표를 가지면 '졸속 정책' '땜빵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정책 추진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강 교수의 지적대로 리버버스 정책이 '빠른 문제해결'을 위해 번갯불에 콩을 볶듯 이뤄진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요? 과거 수상택시 사례처럼 정책을 담당했던 책임자들은 유야무야하다가 몇 년 후 보직을 바꾸면 그만입니다.

실패한 정책의 후유증은 시민들의 몫입니다. 달라진 것 하나 없는 혼잡한 대중교통에 몸을 실은 채 언제나처럼 안전을 위협받는 일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시민 개개인이 성실하게 납부한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한강 개발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2.0'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앞으로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입니다. 리버버스를 가동하기 위해 수요 예측, 시설 설비, 요금 체계 등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하고 논의해야 하는데, 과연 이 모든 일을 단 1년 만에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듭니다.

지금의 불안은 단지 기우일 뿐일까요? 서울시는 과연 16년 전 수상택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답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숨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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