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가계부 쓰는 게 올드하다고요?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3. 5. 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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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의 재무설계 2편
재테크에 가계부 꼭 필요한 이유
소득 지출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소비패턴 파악해 지출 줄이기 용이해
가계부가 재테크 첫걸음인 이유

상담하다 보면 가계부 쓰기를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착각이다. 가계부를 써 봐야 자신의 소비패턴 파악과 예산 책정이 가능해지고, 지출을 확 줄일 수도 있다. 가계부 없는 재테크는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가계부 작성을 도왔다.

가계부를 쓰면 소비패턴 파악, 예산 책정 등이 한결 수월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출산을 앞두고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인 양수호(가명·33)씨와 한은서(가명·32)씨. 올해 말쯤 출산이 예정돼 있는 부부는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등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는 가계부 때문에 걱정이 날로 쌓이고 있다.

돈을 아끼고 한씨가 안정도 취할 겸 일과 외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도 마찬가지였다. 배달음식·OTT·게임 유료결제 등 곳곳에서 돈이 새어나갔다. 물론 부부의 가계부가 적자가 나는 게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말 결혼해 한창 신혼인 부부는 가전제품을 사느라 긁었던 신용카드 할부금(총 400만원)을 갚는 중이다. 여기에 전세 아파트(시세 3억원)를 마련하기 위해 빌린 전세대출금(2억원·연이율 4.29%)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좀처럼 목돈이 생기질 않았다. 출산 예정일이 조금씩 가까워지자 다급해진 부부는 필자를 찾아와 돌파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둘 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총 610만원으로 남편이 310만원,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41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87만원, 금융성 상품 50만원 등 총 678만원이다. 한달에 68만원씩 적자를 보는 셈이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내 집 마련' '자녀 양육비 마련' 등 2가지다.

말이 나왔으니 잠깐 가계부 얘기를 해보자. 요즘은 과거에 비해 가계부 작성이 무척 쉬워졌다. 앱마켓엔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무료 가계부 앱이 널려있다.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소득과 지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계부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엔 금융·보험 등 개인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앱을 쓰면 자신이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 내역, 통장 이체 내역 등이 자동으로 앱에 수집된다. 앱에 일일이 기록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가계부를 완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부를 쓰는 건 재테크의 첫걸음이다. 자신의 소득과 지출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일정한 소비패턴이 보이기 마련이다. 이를 분석하면 어디서 어떻게 지출을 줄여야 할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부부에게 가계부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신혼 초기에 이런 습관을 잘 들여놓으면 양씨 부부의 재테크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월 24만원씩 지출되는 통신비를 살폈다. 다행인 점은 부부에게 스마트폰 할부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신비 지출이 많이 발생하는 건 부부가 값비싼 요금제를 쓰고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OTT를 구독하고 있어서다.

요즘은 알뜰폰이 대세가 됐다. 월 2만~3만원만 내면 대기업 통신사 못지않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유심(USIM) 카드만 갈아 끼우면 손쉽게 알뜰폰 통신사로 변경하는 게 가능하다. 원할 때 인터넷에서 요금제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비스 품질 역시 이통3사와 동일하다. 애당초 알뜰폰은 이통3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 방식으로 운용해서다.

부부는 현재 월 8만원짜리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알뜰폰의 3만원 요금제로 변경했다. 아울러 부부가 구독 중인 OTT 중 자주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월 1만원)도 해지했다. 이를 통해 부부는 통신비를 24만원에서 13만원으로 11만원 절약했다.

50만원씩 나가는 주유비·교통비도 살펴봤다. 주로 남편이 차를 운전하는데, 출퇴근 시간에 자차를 이용하다보니 주유비가 꽤 많이 든다.

부부는 앞으로 출퇴근 때 자차 이용 횟수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주유비를 아끼기로 했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운전일지'도 작성해보기로 했다. 운전일지를 쓰면 한달에 얼마나 주유비를 썼는지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세우고 그 안에서 차를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부부는 주유비·교통비를 50만원에서 35만원으로 15만원 줄였다.

마지막으로 데이트 비용(50만원)을 손봤다. 부부는 '신혼을 즐기자'는 명목으로 용돈 외에 따로 데이트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특별한 과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남편이 이런 지출항목을 만들었다. 좋은 의미에서 만들긴 했지만, '지출 다이어트'를 위해서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부부의 데이트 비용은 기존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30만원 절약하기로 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보자. 부부는 통신비 11만원(24만→13만원), 주유비·교통비 15만원(50만→35만원), 데이트 비용 30만원(50만→20만원) 등 56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68만원이던 적자도 12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지출이 확 줄어서인지 양씨 부부는 상담 결과에 그리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신혼을 마음껏 즐기고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임신한 데다 지출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서 그런 듯하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순 없다. 출산 후에 급격히 늘어날 지출을 대비하려면 지금의 준비과정은 필수다.

더구나 부부는 여전히 줄여야 할 항목이 많다. 100만원에 달하는 부부 용돈, 월평균 87만원씩 쓰는 비정기지출 등이다. 비정기지출 중 의류비(연 200만원), 여행비(연 250만원)를 아끼면 전체 금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명임에도 한달에 79만원이나 빠져나가는 보험료도 손봐야 한다. 가령, 부부가 연금처럼 생각하고 납입하고 있는 종신보험(20만원)에 거품이 과하게 껴 있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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