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디폴트 위기 고조 속 “바이든, 부채한도 협상 하지 않을 것”

김유진 기자 2023. 5. 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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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바이든·여야 지도부 회동 앞두고 재확인
백악관 대변인 “지출·예산, 별도로 논의 예정”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가 다음달 1일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 한도 상향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금 확인했다. ‘금단의 영역’이었던 수정헌법 14조를 이용해 대통령 권한으로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까지 물밑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부채 한도를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 간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오는 9일 열릴 예정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 등 여야 지도부의 회동을 앞두고 “대통령은 부채 한도 문제에 대해선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공화당 소속인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부채 한도가 세 번이나 증액됐다면서 공화당이 “헌법상의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전날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부채한도 상한을 높이지 않으면 미 정부가 6월1일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시장과 정부는 미 정부 재정이 오는 7월쯤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세금이 기대보다 덜 걷히면서 재정 고갈 시점이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빚을 더 내야 하는데, 정부 부채 상한선은 의회 승인이 있어야 상향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상한은 31조 4000억달러(약 4경 2107조원)다.

바이든 대통령와 백악관은 그동안 하원 주도권을 쥔 공화당이 전제조건 없이 부채 한도 상한선을 올릴 것을 요구해 왔다.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을 대가로 정부 재정 지출을 대규모로 삭감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지난주 앞으로 10년 간 정부 지출을 4조8000억 달러 삭감하는 것을 전제로 부채 한도를 1조5000억달러 늘리도록 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공화당 의원들이 퇴역군인들에 피해를 주고, 열심히 일하는 가정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면서 “경제 성장을 저해하기 위해 미국의 신의와 신용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공화당의 법안을 맹공했다. 공화당측 법안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치적으로 꼽는 학자금 대출 탕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청정에너지 기금 등은 삭감 대상이다. 공화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과 재무부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법률 참모들이 최근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고 적시한 수정헌법 14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 자체가 헌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 일부 법률학자들의 주장이다. 의회가 이 같은 사태를 막지 못한다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나서서 자신의 권한으로 부채한도를 올려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논지다. 다만 의회의 승인 없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소송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백악관과 의회가 이 문제에 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일주일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극적 타결을 이룰 지 관심을 모은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로 예정된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간 회동 이후 19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로 떠난다. WP는 백악관과 공화당 양측 입장이 강경하지만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 가능한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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