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경기인 출신 자리 전무직 없애고 김정배 전 문체부 제2차관 부회장 선임

김세훈 기자 2023. 5. 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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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신임 이사진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조작 연루 등 사유로 징계받은 축구인들에 대한 ‘기습’ 사면과 철회로 공분을 일으킨 대한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출신 인사를 상근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등 쇄신안을 내놓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배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7)을 상근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등 새로운 이사진 25명을 발표했다. 이번 이사진은 정 회장 임기가 끝나는 2025년 1월까지 협회 대내외 활동을 이끌어간다.

이사진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무직 폐지와 상근 부회장 제도 도입이다. 협회는 경기인 출신이 맡아온 전무직을 없해고 비경기인 출신인 김 전 차관에게 상근 부회장 중책을 맡겼다. 정 회장은 “행정 전문가로 하여금 내부 조직을 추스르게 하고, 협회 행정력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30년 동안 행정을 했고, 축구도 무척 좋아해 협회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며 “협회 내부 정비를 통해 업무 효율성이 더 커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1~7부 한국 축구 승강제를 완성해 스포츠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국민과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정배 대한축구협회 신임상근부회장이 3일 축구회관에서 부회장으로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부회장단에는 한준희(홍보) 해설위원, 장외룡(기술) 전 감독, 원영신(여성) 연세대 명예교수, 하석주(학교축구) 아주대 감독, 최영일(대회운영) 전 국가대표, 이석재(시도협회 대표) 경기도 축구협회장이 선임됐다. 최영일, 이석재 부회장은 유임됐다. 분과위원장에는 정해성 대회위원장,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서동원 의무위원장이 유임됐다. 여성 및 윤리위원장에 이윤남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공정위원장에 검사 출신인 소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사회공헌위원장에 김태영 전 국가대표 코치는 새로 선임됐다. 정 회장은 “공정위원회에서는 징계 등도 다뤄야한다”며 “국내 사법 체계를 잘 아는 분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사진에는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이 유임됐고 강명원 전 FC서울 단장, 박재순 전 수원 삼성 대표, 조덕제 FC목포 감독, 신연호 고려대 감독, 이근호 남자 프로선수협의회장, 지소연 여자 프로선수협의회장,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국가대표 출신 노수진 영등포공고 교사, 전해림 덕성여고 교사, 박인수 전 전국축구연합회 총무이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정 회장은 연임 결정을 내린 이사 7명에 대해 “임명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거나, 업무 연속성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지난 한 달간 협회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잘못된 판단으로 축구계 종사자와 팬,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 3월 승부조작을 포함한 각종 비위 행위 가담자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가 사회적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부회장단과 이사진이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났다. 정 회장은 “나 역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임기가 1년 8개월 남은 상황에 협회를 안정화하고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게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다양한 계층 인사를 모셨고 그분들 의견을 많이 듣고 반영하겠다”며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하는 협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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