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으로 부채한도 올리자"…美서 수정 헌법 14조 발동 논의

기사내용 요약
"채무 불이행은 헌법에 위배" 수정 헌법 확대 해석 공감대 얻어

[아코키크( 미 메릴랜드주)=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국제엔지니어 노조 77지부의 회관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연설하며 공화당의 부채한도 조건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2023.04.20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미국이 이르면 다음달 1일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의회가 부채 한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수정 헌법 14조를 발동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백악관과 재무부, 법무부의 경제·법률 참모들이 최근 수개월간 수정 헌법 14조 발동 가능성을 놓고 격렬한 토론을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수정헌법 14조에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수정헌법 14조는 1861~1865년 남북 전쟁 이후 채택됐다. 그러나 이 조항은 법원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회나 대통령이 이를 발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법률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연방정부의 채무 불이행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학자인 개럿 엡스 오리건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은 연방정부가 잠시라도 채무를 불이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채 한도를 올려 채무 불이행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바이든 대통령도 경제적 재앙인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것이 의회의 의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워싱턴=AP/뉴시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26일(현지시간) 공화당 주도 정부 부채상한법을 통과시킨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4.26.

수정 헌법 14조를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인 2011년과 2013년에도 나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수정 헌법 14조를 발동할 것을 권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백악관 참모들은 자신들에게 그럴 권한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NYT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수정헌법 14조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참모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소송을 당하더라도 채무 불이행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미국의 디폴트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현 상황을 계속 지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참모들의 판단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부채 한도는 의회가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같은 말을 반복해서 지루할 수 있겠지만 이것(부채 한도 해결)은 의회의 헌법적 의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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