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정통성 상징 ‘어보·어책·교명’, 오세창의 ‘근묵’…보물된다
조선왕조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조선왕조 어보(御寶)·어책(御冊)·교명(敎命)’, 근대의 저명한 서예가·서화 감식가인 오세창이 역대 필적들을 모아 엮은 서첩인 ‘근묵(槿墨)’, 조선 전기의 불화 ‘아미타여래구존도’와 조선 후기 불상인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3일 “‘근묵’ 등 4건의 문화유산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며 “향후 30일 간의 지정 예고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조선이 건국된 1392년부터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에 강제병합된 1910년까지 조선왕조의 중요 의례에 사용된 인장과 문서들이다. 해당 인물들이 살아 있을 때는 궁궐에 보관되다 사후에는 신주와 함께 종묘에 모셔져왔다. 왕위를 이어가며 50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작·봉헌된 어보와 어책·교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어보와 어책·교명은 세자·세손 등이 왕위 계승자로 책봉되거나 국왕 즉위, 왕과 왕비 등이 타계 후 그 행적을 기리기 위한 의례 등에서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며 제작된 예물들이다. 인장인 어보에는 통치자로서 알아야할 덕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문구가 새겨지며, 금·옥·은의 재질에 따라 금보·옥보·은인 등으로 구분된다.
어책은 어보와 함께 내려지는 것으로 의례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내용 등을 기록하며, 재질에 따라 옥책(玉冊)·죽책(竹冊)·금책(金冊) 등으로 구분된다. 교명은 고급 비단에 지위의 존귀함을 강조하며 책임을 다할 것을 훈계하고 깨우치는 글을 쓴 것이다. 왕조의 정통성과 권위, 영속성을 상징하는 어보·어책·교명은 왕과 왕비의 타계 후에는 종묘의 각 신실에 신주와 함께 모셔져 신성성을 부여 받았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어보는 318과, 어책은 290첩, 교명은 29축(총 637점)이다. 문화재청은 “지정 대상 기준으로 제작시기의 하한선을 1910년까지로 해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것은 제외시켰으며, 인물의 범위도 종묘 정전 19실과 영녕전 16실에 봉안된 국왕과 왕비가 수여받은 어보·어책·교명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왕실문화를 상징하며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인 유교의 여러 덕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유물이다. 또 왕실 의례의 내용과 성격·절차와 형식은 물론 제작자·재료·도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학술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나아가 각 예물들은 당대 저명한 문장가인 제술관(製述官)이 문장을 짓고, 명망 높은 서예가인 서사관(書寫官)이 쓰고, 유명 장인들이 제작함으로써 당대 최고의 조형예술품으로 예술적 가치도 인정받는다.
‘근묵’은 위창 오세창(1864~1953)이 가문의 8대에 걸친 수집품을 바탕으로 자신의 빼어난 감식안을 더해 1943년에 엮은 서첩이다. ‘근묵’에는 고려 말 정몽주(1337~1392)부터 근대 인물인 이도영(1884~1933) 등에 이르기까지 600여 년에 걸쳐 1136명의 필적 등이 수록돼 국내 최대 분량의 서첩이다. 서첩 34책과 목록 1책으로 구성됐다.
서첩 34책은 필적의 크기에 따라 양면 또는 단면에 1점씩을 수록했으며, 별도로 해당 작품 작자의 이름·생몰연대 등을 적어 놓았다. 목록 1책에는 글씨를 쓴 사람의 이름과 자호·향관(고향)·시대·직업 등을 기록했다.
수록된 필적의 시대는 고려 말에서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고, 쓴 사람의 신분도 국왕에서 중인·승려 등으로 다양하다. 또 필적의 문체나 내용이 한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으며, 특히 당대 사회·경제적 상황을 잘 담고 있는 서간문의 비중이 높아 사회상·생활상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역대 명필들의 필적이 모두 수록돼 각 시기의 서풍과 그 변화양상을 확인할 수 있어 한국서예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다.
울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아미타여래구존도’는 조선 전기인 1565년(명종 20)에 조성된 불화다. 조선 전기의 아미타여래구존도는 현재 6점이 전해지는데, 국내에 있는 작품 중 유일하게 제작연도가 명확한 채색 불화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삼베 바탕의 이 불화는 고려 후기~조선 전기 불화의 요소들이 함께 표현돼 주목된다.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관음보살·지장보살을 비롯한 팔대보살을 좌우에 대칭된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고려 후기 불화의 요소이며, 형상과 형상의 묘사·채색법·광배 형식 등에서는 16세기 조선 전기 불화의 새로운 요소들이 드러난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고려 후기~조선 전기 불화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자, 학술적 의미가 큰 정확한 제작연대, 국내에 현존하는 작품이 희귀하는 점 등으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은 1657년(효종 8)에 당대 대표적 조각승인 계찬이 이끄는 7명의 조각승들이 조성해 동화사 대웅전에 봉안한 삼불상이다.
직사각형 탁자 형태의 수미단 위에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여래·아미타여래가 모셔져 있다. 이 삼불상은 조성연대와 제작자는 물론 조각승들 사이의 협업과 분업, 불상 제작의 공정을 이해할 수있는 많은 기록물이 남아 학술적 가치가 높다. 또 조선 중기에서 후기로의 불상 조성 변화상을 잘 보여주는 전환기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