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개월 체불 악덕 사업주, '돈줄' 막힌다…강제 수사도(종합)
기사내용 요약
고용부, 당정협의 거쳐 '상습체불 근절대책' 발표
상습체불 범위 늘리고 신용 등 경제적 제재 강화
장관 "체불은 중독" 반의사불벌죄 폐지엔 선그어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앞으로 3개월 이상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신용 제재, 정부지원 제한 등 경제적 제재가 강화된다. 재산 은닉 등 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제수사도 나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이날 국민의힘과 가진 당정 협의회에서 논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매년 임금체불 규모는 1조3000억원 이상으로, 24만 명이 넘는 근로자와 그 가족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특히 2회 이상 체불되는 경우가 전체 체불액의 80%에 달해 사업주들의 인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부는 현재도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신용제재, 명단공개 등 다양한 제재 수단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으며, 금액도 체불액보다 낮은 실정이다. 또 2회 이상 체불로 유죄가 확정되고 금액이 많은 경우 명단을 공개하거나 신용을 제재하고 있지만, 대상이 적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습체불 사업주 범위를 확대하고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제재 대상 범위는 최근 1년 이내 근로자 1인당 임금을 3개월분 이상 체불하거나 다수 근로자에 대해 5회 이상 임금을 체불하고 그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로 확대한다.
이 장관은 "이 기준으로 보면 전체 체불액의 60%에 해당하는 8000억원, 약 7600개소"라며 "이 중 청산 의지가 없는 악의적·상습적 체불 사업주가 경제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재 대상이 되는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1년간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사업이나 보조를 제한하고, 공공 입찰 시 감점 등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또 임금체불 자료를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해 대출과 이자율 심사, 신용카드 발급 시 신용도 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신용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다만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체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상 사업주에게 충분한 기간을 부여해 체불을 청산하도록 하고, 융자제도 활용 등 구체적인 청산 계획을 제출하면 제재하지 않는 방안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사업주 융자 요건을 대폭 완화해 자발적인 체불청산 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매출 감소 등 까다로운 융자 요건을 없애고, 체불 사유와 관계없이 융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융자 한도는 1억에서 1억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상환 기간은 1~2년 거치 및 3~4년 분할 상환으로 최대 2배 늘리기로 했다.
대신 '대지급금'에 대한 관리는 강화한다. 대지급금은 국가가 일정한 체불 임금을 근로자에게 대신 지급하는 제도로, 그간 긍정적 성과도 있었지만 낮은 회수율과 부정수급 증가 등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고액·반복수급 사업장은 집중 관리하고, 대지급금을 상환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등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연이자 부과 대상도 퇴직자에서 재직자의 체불임금으로 확대한다.
한편 정부는 상습체불 근절을 위해 감독과 수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올 한해 '공짜야근' 주범인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근로감독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만큼 대대적인 감독에 착수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대책'을 다음 달께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또 피해 정도가 크거나 고의성이 의심되면 즉시 감독을 실시하고, 감독 후에도 체불이 지속될 경우엔 재감독에 나선다.
이 장관은 특히 "재산은닉, 출석거부 등 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수사, 체포영장 신청 등 적극적인 강제수사로 임금체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밖에도 포괄임금 오남용과 임금체불 예방을 위해 2021년 11월부터 교부가 의무화된 임금명세서의 작성 프로그램 기능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사업주가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면 근로시간, 임금과 각종 수당 등이 자동 계산되고, 근로자는 임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공짜야근 등 근절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고용부는 기대했다.
이 장관은 "임금체불 없는 사회는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노동시장 약자 보호라는 노동개혁의 초석"이라며 "입법이 필요한 과제들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임금체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제재 방식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현재 조건에서는 반의사불벌죄가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구조적인 문제는 좀 더 많은 실태조사와 연구 등을 통해 방안을 강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경제적 제재가 임금체불이 많이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효과가 있을지 묻는 질문엔 "반복·상습 체불의 경우는 '체불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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