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팬덤에 휘둘리는 20세기型 정당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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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시대의 산물이다.
시대가 바뀌면 정당도 바뀌어야 하고 우리의 고정관념도 새로워져야 한다.
과거 20세기 대중사회 시대에는 많은 대중이 당원으로 규합될 수 있었고, 정당은 그들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탈대중사회 시대를 맞아 당원 중심의 정당은 현실상 나오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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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시대의 산물이다. 시대가 바뀌면 정당도 바뀌어야 하고 우리의 고정관념도 새로워져야 한다. 과거 20세기 대중사회 시대에는 많은 대중이 당원으로 규합될 수 있었고, 정당은 그들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그런 정당들은 경쟁 속에 사회이익을 집성하고 국정 운영을 주도하며 대중민주주의를 견인하는 역사적인 공헌을 했다.
그러나 21세기 탈대중사회 시대를 맞아 당원 중심의 정당은 현실상 나오기 힘들어졌다. 개인화 경향이 강해진 유권자는 특정 정당에 지속적인 정체성과 충성심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유권자를 억지로 당원으로 만들면 그들은 정당보다는 몇몇 정치인의 개인적 팬덤을 따르게 된다. 정당은 결국 팬덤 정치에 휘둘리고 공적 조직의 기능을 잃게 된다.
문화일보 2일 자 사설은 국회 산하 한 싱크탱크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우리나라 주요 정당의 당원이 1000만 명을 넘고 그중 80%는 ‘유령 당원’이라는 점을 개탄했다. 억지로 당원 수를 늘리니 극성 지지층을 가진 포퓰리스트들의 위상만 높아지게 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적절한 지적이다. 정당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최악인데 당원 수가 이렇게 많다면 뭔가 속임수가 있다. 국민의힘에서 전광훈 세력이 큰 목소리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개딸’들이 힘을 발휘하는 ‘이상’ 현상은, 억지로 급조해 급증한 당원들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원 폭증이 단순한 외부 과시용 거품이 아니라는 데에 사안의 심각함이 있다. 정당들은 예전부터 당원 수를 뻥튀기해 과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근래의 당원 부풀리기는 외부용이 아니라, 몇몇 정치인의 내부 세(勢) 장악을 위한 것이다. 그들이 당을 지배하려고 개인적 팬덤을 무더기 당원으로 끌어들이면 당은 공적 조직으로서의 면모를 잃고 사당(私黨)으로 전락해 건전한 정당정치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며 거품 낀 당원 폭증을 경계해야 한다. 당원을 많이 모아 당의 주춧돌로 삼던 과거는 흘러갔다.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무리해서 과거로 돌아가려 할 때 개인적 팬덤 정치가 횡행하며 정당의 공적 틀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제 정당을 당원 중심으로 보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정당은 뜻이 맞는 정치인들의 집단으로서 당원보다 일반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경쟁하는 정치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탈대중사회 시대에 더 적절해 보인다. 이는 ‘원내 정당화’ ‘유권자 정당’ 등의 개념이 점차 사회적 공감과 정치권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데서 확인된다.
정당을 이처럼 새롭게 인식한다면 엉터리 처방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 제시된 잘못된 처방의 예로, 개방형 당내 경선 제도의 제한을 들 수 있다. 당내 경선을 개방했더니 무분별한 당원 폭증이 초래됐다는 잘못된 진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 자체가 아니라, 경선을 당원으로 좁히고 완전히 일반 유권자에게 개방하지 않는 운용이 문제다. ‘개방형’이란 표현답게 경선에 일반 유권자가 자유롭게 참여해 결정하도록 하면 억지 당원을 급조할 이유가 없다. 당원 폭증으로 정당이 개인적 팬덤에 휘둘리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기 예비선거를 개방해 일반 유권자를 자유롭게 참여시키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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