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중국과의 ‘新분업 구조’ 서두를 때다

2023. 5.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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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올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 부진은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중국 디커플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관련성이 크다.

중국과의 전방 및 후방 연관 관계가 높은 한국·대만·일본의 수출이 동시에 부진한 데는 팩토리 아시아 재편이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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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올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수출과 무역액이 각각 7개월, 11개월 연속 줄었다. 14개월째 무역수지 적자 지속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다. 4월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14%나 줄어든 496억 달러로, 월 500억 달러가 무너졌다. 자동차·선박·일반기계 수출은 늘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제품·석유화학·철강 등의 수출이 크게 줄었다.

수출 부진은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중국 디커플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관련성이 크다. 특히 중국과의 생산 네트워크와 공급망 조정에 대한 압력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팩토리 아시아’는 이미 조정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과의 전방 및 후방 연관 관계가 높은 한국·대만·일본의 수출이 동시에 부진한 데는 팩토리 아시아 재편이 작용한다. 더구나 중국은 ‘쌍순환’ 정책을 통해 수입대체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기존 수입 상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고, 이웃 국가로부터의 수입도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 부진의 최대 요인은 대중(對中) 수출 감소와 반도체 수출 실적 악화다.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던 중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1∼4월 101억 달러를 기록했고, 30년 만에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것도 최대 적자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심의 팩토리 아시아 영향이 그대로 양국 무역에 나타나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이 9개월째 줄어드는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했지만, 수요 부진에다 재고를 털어내지 못해 내년 상반기에도 글로벌 시황이 밝지 않다. IMF가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도 유독 한국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데도 어두운 반도체 전망이 작용하고 있다.

수출의 증가세 반전을 위해서는 대중 수출 감소를 메울 수 있는 시장을 찾고, 반도체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다른 품목을 발굴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의 70% 이상이 중간재라는 점에서 신규 수출 시장을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와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베트남이 우리나라의 3대 수출국이 된 것도 국내 기업이 현지에 설립한 생산기지가 한국산 중간재를 대거 수입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를 모색하는 미국의 정책을 면밀히 분석해 포스트 팩토리 아시아 시대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국은 첨단 기술 생태계를 동맹국으로 한정하고, 중국산 범용 상품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주 정상회의와 ‘워싱턴선언’으로 굳건해진 한미 안보동맹을 경제안보동맹으로 확대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포스트 팩토리 아시아 시대 중간재 수출 전략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또, 중국과의 새로운 분업 구조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대중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불리한 환경이지만 기업들은 중국의 쌍순환 정책 및 국산화 추이를 고려하면서 새 국제통상 질서에 부합하는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짜고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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