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웃으며 꿈꾸는 세상…100년 전 '어린이'를 떠올리다

김예나 2023. 5.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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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3월 새 출발을 알린 한글 잡지 '어린이'는 환히 웃는 아이 사진을 1면에 실었다.

한국 아동문학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것으로 여겨지는 잡지 '어린이' 100년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1923년부터 1935년까지 발간한 '어린이' 잡지 122권 가운데 현재 전하는 120권을 조명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이' 잡지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도 여럿 공개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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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어린이' 창간 100주년 기념 특별전 4일 개막
방정환이 번안한 '백설공주' 자료·'어린이 신문' 등 처음 공개
'어린이' 창간호 (1923년)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죄 없고 허물없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하늘나라! 그것은 우리의 어린이의 나라입니다." (창간호 '처음에'의 일부)

1923년 3월 새 출발을 알린 한글 잡지 '어린이'는 환히 웃는 아이 사진을 1면에 실었다.

그 아래에 적힌 설명은 '아하하하하하하'. 나라를 빼앗기고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 아이들만큼은 꿈과 설렘, 그리고 웃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구성이었다.

한국 아동문학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것으로 여겨지는 잡지 '어린이' 100년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달 4일부터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어린이 나라'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3일 밝혔다.

1923년부터 1935년까지 발간한 '어린이' 잡지 122권 가운데 현재 전하는 120권을 조명하는 자리다. 당시 발간된 주요 잡지, 신문, 인물 자료 등 325점을 소개한다.

'어린이' 제9권 제1호에 실린 '해를 배우자' (1931년)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어린이'라는 말의 뜻을 설명하며 시작한다.

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춰 이르는 말이다. 1920년에 소파 방정환(1899∼1931)이 어린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관람객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발행한 여러 아동 잡지를 살펴보면서 아동 교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어린이' 잡지는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됐는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린이날(5월 5일)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

1926년 발행한 제4권 제5호에 실린 '어린이날' 글에서 방정환은 어린이날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어린이' 제1권 제4호에 실린 '백설공주' (1923년)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이' 잡지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도 여럿 공개돼 눈길을 끈다.

특히 1923년 발간된 제1권 제4호에는 방정환이 번안한 동화 '백설공주'가 실려있다. 방정환은 '몽중인'(夢中人)이라는 필명으로 이 작품을 연재했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자료"라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백설공주'를 소개한 작품으로, '동정 깃', '능금' 등의 표현을 사용해 우리 정서에 맞게 번안했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 소년회 소식 등을 실은 부록 '어린이 신문' 제1호(1925년)도 처음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동시에 한글 콘텐츠의 가치를 통해 세계 문화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어린이' 제7권 제3호 표지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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