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거래 6년만에 최저…‘전세포비아’ 확산

2023. 5.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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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연립·다세대 4000건 그쳐
서울 자치구 9곳 100건도 안돼
월세지수는 106.8 사상 최고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자 빌라 전세거래 건수가 약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위험 회피 현상으로 월세지수는 역대 최고를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고금리,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임대차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아 왔던 전세가 점차 힘을 잃고 주요 선진국처럼 월세가 주류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기사 3면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따르면 지난달 연립·다세대로 분류되는 빌라거래가 4000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12월(3752건) 이후 약 5년 반 만에 최저치다. 1년 전(8063건)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전세사기 사건이 빌라에서 대거 발생되면서 빌라의 전세거래 자체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시내 자치구 중 9곳은 4월 전세거래량이 100건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를 포함한 빌라의 전·월세거래량 자체도 6474건으로, 1년 전(1만2472건)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전세에 대한 기피심리가 두드러지자 불가피하게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가격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2022년 1월을 100으로 기준했을 때 지난 4월 106.756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도(109.773), 수도권(108.354)도 마찬가지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전세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차라리 월세를 내겠다는 이들이 늘자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전세사기에 대한 경각심에 월세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 1~2월 누계치로 전·월세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5.2%로, 1년 전보다 8.1%포인트(p) 증가했다. 올 들어 임대시장에서 월세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거래량도 증가세다. 지난 2월 전국 월세거래량(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은 15만2267건으로, 전월 대비 29.9% 늘었다.

현재 양천구에서 2억원대 보증금을 맡기고 빌라 전세살이 중인 30대 직장인 백모 씨는 “전세사기 우려가 크다 보니 불안해서 현재 계약이 끝나면 무조건 월세로 갈아탈 계획”이라며 “과거엔 월세를 달마다 사라지는 돈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대출이자 내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월세가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세 수요가 늘다 보니 ‘초고가 월세’도 흔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주거 부담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에서 100만원 이상 고가 월세계약은 1만16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서울 고가 월세 건은 3만3116건이었는데, 1개 분기 만에 벌써 1만건을 넘은 것이다. 올 1분기 중 1000만원 이상 월세계약도 29건에 달했다. 지난 2월 서울시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800만원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초고가 월세는 목돈을 묶어두지 않으려는 고소득 사업가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자 전세제도 부작용 등으로 인해 주거 지원의 중심을 월세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과 향후 월세거래가 늘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한국도시연구소는 ‘2022년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정책의 과제’ 보고서에서 전세가 월세보다 실질 주거비가 낮고, 주거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세대출 증가가 ‘갭 투기’의 자양분이 됐다는 점을 고려해 전세임대주택 대신 월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 지원의 중심을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전세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증비율을 낮춰야 하며,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대체하는 ‘보증부 월세계약’이 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전세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이 줄어들면 대출로 조달할 보증금 규모가 작아지고 월세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불안전한 사적 계약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비용이 덜 들 것이라고 전했다. 고은결·박자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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