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HTS에 유튜브 동원…리딩방으로 수백억 챙긴 40명 덜미

해외에 거점…가짜 HTS 자체 개발
총책 등 13명 구속·해외도피 2명 추적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통신사기피해 환급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40명을 검거해 이 중 총책 A씨 등 13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현장에서 압수된 현금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이용해 속칭 '리딩방'을 운영하면서 수백억원을 챙긴 일당이 검거됐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통신사기피해 환급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40명을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이중 총책 A씨 등 13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가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투자 리딩방을 운영해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07명으로부터 25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본사 운영팀, 고객 센터팀 등 체계를 갖춰 조직을 운영했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과 무작위 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피해자들을 모집했다.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들의 이름을 사칭한 이들은 진입 절차가 까다롭고 운용이 복잡한 해외 선물거래를 쉽게 해주겠다며 "믿고 돈을 맡기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이들은 구독자 수가 8만∼13만 명이나 되는 4개의 투자 유튜브 채널도 운영했다. A씨 등은 대포폰 등을 이용해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방송 접속자 수도 조작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투자 경험이 별로 없는 고령자나 주부 등으로, 투자금은 수백만원에서 10억원 이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범인 A씨는 자신의 IT 기술을 이용해 가짜 HTS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이렇게 A씨 일당의 꼬임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입금하고 HTS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HTS 화면상에서는 실시간으로 거래가 진행되고, 수익도 발생했다.

A씨 등 일당이 운영한 실시간 방송 화면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하지만 피해자들이 본 거래 장면은 모두 연출된 가짜로, 실제 돈은 A씨 일당의 대포통장으로 입금돼 다른 곳에 쓰이고 있었다. 이후 피해자들이 수익금 지급을 요청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기도 했지만 큰 금액을 환급해달라고 하면 "1일 출금 한도가 있다"며 회피했다. 이상하게 여긴 피해자들이 돈을 다 돌려달라고 하면 연락을 끊어 버렸다가, 수사기관에 신고할 기미가 보이면 개인적으로 접근해 합의를 보는 방식으로 범죄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경찰에 피해 신고 접수된 금액만 255억원에 달하고, 전체 계좌를 조사해 보니 3000억원 상당의 돈이 이들의 계좌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정산 장부를 보면 일당이 배당받은 돈은 127억원 정도이다. 범죄수익금은 고가의 시계·외제차 등 구입과 서울 유명 클럽 파티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조직원들을 검거하기 시작한 경찰은 현재까지 40명을 검거했다. 또 가담자들이 취한 범죄수익금 전액을 기소 전 추징보전 신청해서 현재까지 33억6000만원을 인용 받았다. 경찰은 해외 도피 중인 공범 2명을 쫓으며 A씨 일당의 은닉 재산을 추적해 추가 환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