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구단주와 장애인 선수, 태극마크 위해 뛴다

2023. 5. 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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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고 운동을 하면 프로다."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의료기술 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좋은운동장(사회적 기업)은 최근 장애인 육상선수단인 '혼(팀명)'을 창단했다.

장애인 선수단을 꾸리고 전용훈련장, 훈련프로그램까지 갖춘 건 국내 최초 사례다.

"장애인 스스로가 '운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데, 선수들이 이런 장애인들에게 롤모델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나아가 장애인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인식을 선수들이 깨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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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인 선수단 ‘팀 혼’
이민구 고려대 교수 주도 창단
“패럴림픽 육상국가대표 목표”
운영비 부족에 연구비까지 써
팀 ‘혼’구단주인 이민구(가운데)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가 소속팀 선수들과 만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민구 교수 제공]

“돈을 받고 운동을 하면 프로다.”

이들도 프로다. 장애인이지만 월급을 받고, 전문적으로 운동한다. 태극마크라는 꿈도 가지고 있다. 오는 2032년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다. 의사인 구단주는 이들의 꿈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다. 필요한 예산은 한해 약 3억원. 가용할 수 있는 운영비가 부족해 구단주인 의사의 연구비까지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가난한 꿈’인 셈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의료기술 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좋은운동장(사회적 기업)은 최근 장애인 육상선수단인 ‘혼(팀명)’을 창단했다. 구단주는 이민구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다.

팀 혼은 서울지역 20대 중증 ‘뇌병변’ 장애인 10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 육상선수단. 오는 2032년 브리즈번 패럴림픽 출전을 목표로 모였다. 장애인 선수단을 꾸리고 전용훈련장, 훈련프로그램까지 갖춘 건 국내 최초 사례다.

뇌병변 장애인으로 팀을 꾸린 건 국내 현실과 맞물려 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지체 장애인보다 뇌병변 장애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뇌병변 장애인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다.

장애인 10명은 지난 3월께 모두 선수 등록을 마쳤다. 기존에 선수생활을 하던 2명, 신인 선수 8명 등 총 10명은 월 120만~150만원을 받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성적에 따른 성과급 및 추가근무수당은 별도다.

현재 이 교수가 구단주이자 단장을 맡고 있지만, 향후에는 감독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선수단 관리 및 기술지도 역할을 할 감독에겐 월 300만원 이상은 물론 경영에 따른 별도의 성과급도 지급할 예정이다.

장애인 육상은 일반 육상 경기와 다르다. 장애인 육상은 같은 장애 유형과 등급에 따라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다. 경기 자체는 달리기를 포함한 트랙 경기와 던지기를 비롯한 필드 경기로 나뉜다. 트랙과 던지기 경기에 복수 출전이 가능하고, 의지를 갖고 참여하는 장애인 선수도 많다.

문제는 대중 관심이 부족하고 후원도 미진하다는 데에 있다. 현재 팀 혼 운영비는 좋은운동장이 재활체육서비스로 벌어들이는 매출, 이 교수가 장애인 육상 및 재활 관련해 받는 연구비 등으로 충당되고 있다.

나아가 이 교수는 팀 혼의 활동이 장애인 스스로 생각하는 한계,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등을 깨트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 같이 말했다.

“장애인 스스로가 ‘운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데, 선수들이 이런 장애인들에게 롤모델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나아가 장애인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인식을 선수들이 깨줬으면 합니다.”

고재우 기자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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