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돈봉투 사건,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지난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통화 녹음파일에 송영길 전 대표가 직접 돈봉투를 살포한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고,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이라면서 검증되지 않은 명단이 지라시로 돌았다. 급기야는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가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진 출석했다가 출입을 거부당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정당은 정치의사형성에 있어 국민과 국가 사이의 매개적 역할을 하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필수적인 기관이다. 우리 헌법은 국가의 정당 보조 등 정당을 보호하는 한편 당내 민주화 등 정당의 의무를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정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가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것은 형사처벌 이전에 정당 스스로가 헌법을 무너뜨리는 최악의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권자인 국민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촉각을 기울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검찰이 누구를 수사하고 있는 것인지, 더 나아가 돈봉투를 받은 의혹이 있는 국회의원은 누구인지 검찰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경우에는 범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피의사실은 물론 피의자 얼굴 등 신상이 공개된다. 특정강력범죄법 등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지난달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를 저지른 공범 5명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심지어 살인교사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자들까지 공개했다. 더 나아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신상이 공개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지난 8일 대전에서 만취한 운전자에 의해 초등학교 후문의 골목길에서 아홉 살 어린이가 참변을 당한 것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국회를 움직인 것인 것으로 보인다.
살인이나 성폭력과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엄청나다. 이들에 대해서는 피의사실 공표이니 하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고 오히려 특정강력범죄법에서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과 같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나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국무위원들이 저지른 범죄 역시 유권자인 국민이 꼼꼼히 알아야 한다. 더구나 돈봉투 살포와 같은 정당 내부에서 벌어진 반민주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자세히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들을 선출한 국민이 그들을 제때 심판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공적 인물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언론에 연일 보도된다. 그 과정에서 흔히 피의사실 공표가 논란이 된다.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피의사실 공표성’ 보도와 관련해 재판에서 검찰에 항의했고, ‘돈봉투 사건’을 촉발시킨 ‘녹음파일’과 관련해 당사자인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이정근 측이 검찰이 언론에 녹음파일을 유출했다며 성명불상 검사와 특정 언론사 기자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국회의원과 같은 공적 인물에 대한 수사는 절대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본회의에서 노웅래 의원의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녹음된 내용까지 언급하며 구체적인 증거를 조목조목 밝힌 것이 좋은 예다. 검찰도 지난해 7월 개정된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법무부령)에 따라 국회의원 범죄나 선거법 위반 사건,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현재 수사하고 있는 돈봉투 사건이야말로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가 아닌가.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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