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사색] AI 디스토피아와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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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시절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우리의 일상은 제법 다양한 AI의 세례를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알파고'라는 AI의 등장 이후 수백년간 이어온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린 바둑계 역시 AI의 득과 실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상도 못했던 수를 들고 나오는 AI가 인간을 이겼고, 이제 어떤 인간도 AI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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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시절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우리의 일상은 제법 다양한 AI의 세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날씨를 확인하고 뉴스를 듣고 음악을 틀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옷감의 특성을 스스로 판단해 최적의 상태로 세탁을 하는 세탁기도 있고, 같은 원리의 건조기도 있다. 이미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이를 충족시키려는 과학과 산업의 융합은 우리의 삶을 물리적으로는 편하게 만들고 있다. 생각하는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영화나 소설 속 ‘AI 디스토피아’가 일말의 두려움을 주기는 했지만 당장 이를 우려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올 초 MS사의 챗GPT와 BING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제 검색은 단순히 관련된 자료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인간과 대화(채팅)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달했다. 아직 딥러닝이 충분치 않은 챗GPT에 아쉬움을 표하던 이들에게 오류가 좀 더 적은 BING이 관심을 끌었다.
그러던 중 선도적인 기술개발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면서 기행도 멈추지 않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얼마 전 AI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IT와 AI업계 저명인사들과 ‘사회와 인류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이유로 AI 개발의 잠정 중단을 촉구했다. 머스크는 AI를 이용한 자율주행 개발에 몰두해왔고, AI 열풍을 몰고 온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초기 투자자였으며 이사회 공동 의장을 맡았던 중심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아한 행동이었다. MS의 빌 게이츠는 이런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분명 AI 개발에는 엄청난 이점이 있으며 문제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할 일이라고 대응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그걸 쓰는 인간의 판단력과 공정한 의지가 없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16년 ‘알파고’라는 AI의 등장 이후 수백년간 이어온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린 바둑계 역시 AI의 득과 실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스는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지 몰라도 훨씬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은 불가능하다’고 자부해왔던 인간의 자부심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으로 산산조각 났다. 상상도 못했던 수를 들고 나오는 AI가 인간을 이겼고, 이제 어떤 인간도 AI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문제는 대면대국이 중지된 코로나 팬데믹기간에 AI를 활용한 치팅까지 등장하면서 바둑의 존재가 위협받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비공식 이벤트 대국에서 치팅 사례가 적발됐으나 중국에서는 커다란 문제가 됐다. 중국의 리쉬안하오 9단은 최강 레벨이 아니었으나 지난해 믿기지 않는 승리행진 끝에 중국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양딩신 9단, 커제 9단 등이 치팅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난해 말 엄청난 논란이 확산됐다.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 기원은 의혹은 제기한 양 9단에 6개월 출전 금지의 징계를 내렸지만 치팅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협력자가 대국 중계를 본 뒤 AI를 이용한 훈수를 전달해줄 가능성에 결국 대국장과 화장실에 전파차단기를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일까. 리쉬안하오의 승률은 급전직하했고, 결국 랭킹 1위 자리에서 한 달 만에 물러났다.
이제 대면대국이 본격 재개되고 있기 때문에 치팅의 위험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차단하지 않는다면 인류 고래(古來)의 문화인 바둑의 미래는 없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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