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고심 끝에 나온 정몽규 회장의 개혁안… 조직 개편, 일부 이사회 멤버 유임 이유는?
(베스트 일레븐=신문로)
파격과 연속성 모두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의 새 이사진을 구성해 공식 발표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상 밖의 카드를 꺼냄 시선을 모으긴 했다. 하지만 완전한 전임 이사회 멤버 교체는 아니기에 외견상 완벽한 환골탈태라 보기에는 어렵다는 이견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오전 10시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 2층에서 정몽규 회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승부조작 연루자를 포함한 축구계 징계자를 대상으로 무리한 사면을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은 후 해체된 이사회를 새롭게 선정해 발표하는 자리였다.
정 회장의 이번 이사회 개편에서 가장 시선을 모으는 대목은 바로 경기인 출신이 도맡았던 전무이사직이 폐지된 것이다. 상근 수석부회장도 없다. 대신 부회장단에서 상근직 한 명만 남기고 그에게 총괄 권한을 주었다. 김정배 신임 상근 부회장의 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 부회장은 이번 선임을 통해 축구협회 행정을 조율함과 동시에 난맥상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게 된다. 다만 완전한 외부 이사라 축구계 내부의 사정과 분위기가 낯설 수도 있다는 이견도 있다. 그래서 정 회장은 장외룡·하석주 등 외부에 있던 경기인들을 부회장단에 포함시켜 교류하게끔 했다. 정 회장은 부회장과 각 분과위원장에 자리한 경기인 출신 인사들이 현장 상황을 김 부회장에게 전달해 최적의 답안을 도출하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이사회 내에서 난상토론을 벌이기 힘들다는 점도 이번 행정 개편의 주요 의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징계 축구인 사면안 논란과 관련해 많은 이사들이 이사회 현장에서 명단을 처음 봤을 정도로 내부 정보가 사전에 공유되지 못했고, 결국 얼렁뚱땅 넘어가다 큰 화를 불렀다.
정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 이사회에 상정하기 전 심리안건 상정소위원회를 신설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사회 상정 전에 안건을 심사하는 기구를 만들어 정관상 적법한지 따지고 현재 축구계 내외부의 반응을 수렴하는 절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사회 멤버들이 안건을 완전히 숙지해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팬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몇몇 요소를 남겨두고 말았다. 정 회장은 지난 이사회 멤버 중 7명을 유임시켰다. 최영일·이석재 부회장, 정해성·마이클 뮐러·이임생·서동원 분과위원장, 그리고 조연상 이사다. 이중 당연직 이사인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번 칼바람에 살아남은 협회 인사는 총 여섯 명이다.
새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완전한 물갈이를 천명했던 터라, 이 여섯 명이 여전히 명단에 남아있는 것에 대한 질문이 당연히 정 회장에게 주어졌다. 정 회장은 연속성을 언급했다. 무작정 모든 사람들을 내보내기에는 행정력 낭비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또한 이번 사면안과 관련해 실질적인 책임이 없는 이들, 특히 정해성·마이클 뮐러 분과위원장의 경우에는 부임한지 두세 달밖에 되지 않은 인사들이라 제대로 역량을 발휘해볼 기회조차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외부의 차가운 눈길도 알지만, 살림살이를 꾸려가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예 선임하지 않은 분과위원장도 있다. 바로 심판분과위원장이다. 현재 K리그에서 제법 심각한 오심이 나오고 있는 터라 이를 수습해야 할 중책을 맡아야 할 이 자리가 공석이다. 김동진 심판위원장은 지난 1월에 선임된 인사라는 점에서 정해성·마이클 뮐러 분과위원장과 흡사한 처지이나 그는 살아남지 못했다.
정 회장은 "김동진 위원장은 문화체육윤리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본인은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사이에 좋은 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문제가 드러난 인사라 유임할 수 없었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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