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퀸은 삶을 축복하는 인생곡...묘비명에 가사 새겨달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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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배우가 같은 배역으로 1000회 공연을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6월 25일까지) 공연이 한창인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최정원은 "지금이 도나의 정서를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고 했다.
"35년간 한 번도 일을 한 적이 없어요. 매일 노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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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배우가 같은 배역으로 1000회 공연을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으로 서른 여덟 살에 처음 만나, 어느덧 50대가 됐다. 도나로 무대 위에 선 날들이 1030여일.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1000회를 넘긴 작품을 또 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는 세계 ‘최장수 도나’ 최정원(사진)이다.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6월 25일까지) 공연이 한창인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최정원은 “지금이 도나의 정서를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고 했다.
1999년 영국에서의 초연 이후, 올해로 24주년을 맞는 ‘맘마미아!’는 가장 성공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리스의 작은 섬을 무대 삼아 도나와 친구들, 딸 소피의 이야기를 담는다.
16년의 시간이 지나자, 최정원과 그의 딸인 싱어송라이터 유하(24)는 ‘맘마미아!’ 속 도나와 소피 또래가 됐다. 두 사람 역시 ‘맘마미아!’ 모녀처럼 투닥거리다가 한없이 다정한 친구가 된다. 유하가 자라는 동안 최정원은 매일 여섯시 반에 일어나 딸의 아칩밥을 차려줬고, 곱게 자란 아이의 머리를 빗겨줬다.
엄마로의 성장은 작품 안으로 쌓여 관객에게 가닿는다. 그는 “딸과의 관계를 담백하고 담담하게, 보다 한국적인 정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공연 후반부, 최정원이 도나가 돼 토해내는 ‘이긴 사람만이 모든 걸 다 갖죠(The Winner Takes It All)’는 이 작품의 공식 ‘눈물 버튼’이다. 지나온 삶에 대한 이해, 그 시간을 딛고 선 지금에 대한 포용이 담겨서다.
‘맘마미아!’ 공연장은 기존 뮤지컬 극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1200여 석의 공간은 그 자체로 ‘세대 통합’의 장이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부터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 관객, 2030 젊은 세대가 객석을 채운다. 아바의 음악이 흐를 땐 조심스레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도 탄다. 그는 “40~50대 여배우가 엄마 타이틀로 주인공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맘마미아!’가 대한민국 엄마, 아빠들에게 힐링할 수 있는 문화생활을 만들어주고, 중년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 것 같다”고 했다.
30년 넘게 무대에 서는 동안, 그에겐 매너리즘도 슬럼프도 없었다. 그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매일 같은 흙을 가지고 논다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대는 그에게, 언제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다. “35년간 한 번도 일을 한 적이 없어요. 매일 노는 것 같아요.”
더 잘 놀기 위한 ‘자기 관리’는 배우 최정원을 ‘영원한 댄싱퀸’으로 이끈다. 공연 시작 4시간 쯤 전에 공연장에 도착해 불을 밝히는 것에서 그의 하루는 시작한다. 매일 두 시간씩 운동을 하고, 후배들과 워밍업을 한 뒤, 무대에 오른다. “관객이 볼 때 이러다 죽는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댄싱퀸’은 가장 빛나는 지금의 인생을 축복하는 말이에요.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뜻이죠. 이 노래는 제 ‘인생곡’이에요. 딸한테도 묘비명으로 ‘댄싱퀸’ 가사를 새겨달라고 했어요.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거야. 넌 최고의 댄싱퀸’이라고요. 전 매일 아바에게 기도해요. 아바가 제 인생을 살렸으니까요. 지금 이순간 우리 모두가 ‘댄싱퀸’이에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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