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객 맞춤형으로 고른...모차르트·베토벤 희망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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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은 보통 개방적이고,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풍부해요. 그런데 지휘자에겐 분석적인 사고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음악원과 달리 대학에선 (정서적인 것보다는)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정신의학을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피터'와 '영웅'은 계몽주의 정신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둘 다 긍정과 희망의 정서를 담고 있죠. 고난과 시련을 딛고 얻은 '인간의 승리'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이것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할 희망과 이상향이라고 생각해요. 음악과 예술은 현실과 별개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현실에서도 강하게 작용하죠. 음악은 현실의 삶, 그 위에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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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은 보통 개방적이고,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풍부해요. 그런데 지휘자에겐 분석적인 사고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음악원과 달리 대학에선 (정서적인 것보다는)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정신의학을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휘 거장’ 필리프 헤레베허(76)가 내한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정신과 의사로의 경험은 “근육을 단련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인간을 이해하고, 균형잡힌 사고 훈련을 가진 날들이 음악가로의 삶에 더 깊이 다가설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고(古)음악의 대가’ 헤레베허가 자신의 악단인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한국을 찾는다. 헤레베허의 내한(5월 17일 예술의전당, 20일 부천아트센터)은 2019년 통영국제음악제 이후 4년 만이다.
벨기에 출신인 헤레베허의 이력은 독특하다. 의사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의 영향이 그의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 의대 재학시절인 1970년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했고, 이후 고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음악의 길을 이어왔다.
“의학과 음악은 어떤 식으로든 결합할 수 있어요.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가 저마다 연주하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케스트라와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헤레베허는 오케스트라 지휘에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조화, 두 번째는 악보 그대의 연주, 세 번째는 악보에 담긴 정신적 의미의 이해”다. “그 중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해요. 악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다른 견해를 가진 음악가들이 있지만, 결국 오케스트라가 합심해 악보의 내면을 연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태어난 것은 1991년이다. 악단의 이름 때문에 ‘프랑스 단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프랑스 단원은 약 30% 정도다. 유럽 각지에서 온 단원들과 미국, 일본, 한국 출신의 단원이 있다. 악단의 음악색과 지향점은 헤레베허의 존재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헤레베허는 고음악에 심취, 오랜 시간 바흐를 중심으로 한 바로크 음악을 연주해왔다. 섬세하고 명징한 고음악 연주는 그를 세계 무대에서 빛나게 한 이유다.
그는 “음악적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이후 마흔 살 무렵부턴 더이상 고음악만을 고집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음악적 관심을 현대음악으로도 확장했다”고 말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다. 베토벤 슈만 브람스 브루크너 등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에 주력하고 있다. 단원들은 시대 악기(곡이 태어난 시대의 악기)와 현대악기를 모두 다루며, 뛰어난 기술의 극치를 들려준다.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말러-대지의 노래’는 브루노 발터가 1911년 뮌헨에서 초연했을 당시의 오케스트라 색채를 고스란히 살렸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한다. 프로그램은 ‘한국 맞춤형’으로 골랐다. 헤레베허는 “한국 관객들은 활기차고 젊고 교양있다”며 이전 공연에서 만난 ‘젊은 관객’들을 떠올리며 레퍼토리를 짰다고 했다.
“‘주피터’와 ‘영웅’은 계몽주의 정신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둘 다 긍정과 희망의 정서를 담고 있죠. 고난과 시련을 딛고 얻은 ‘인간의 승리’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이것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할 희망과 이상향이라고 생각해요. 음악과 예술은 현실과 별개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현실에서도 강하게 작용하죠. 음악은 현실의 삶, 그 위에 존재합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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