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현지투자, 중국과는 합작사” K배터리 투트랙 펼친다
“美제재 등 리스크 감수”...대응책 고심
민관, 이차전지 차세대 기술개발 사활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각국의 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이 연일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이차전지 기업들 역시 ‘양강 딜레마’ 속에 타개책 마련을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 발표에 따라 현지 투자와 공동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반면 소재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기업과는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소재 강국 中 외면 어려워” 한중 합작사, 미중 갈등에도 속속 설립=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용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갔다.
LG화학 역시 지난달 17일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재료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을 결합해 제조한다. 양극재 원재료 중 약 70%를 차지하는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 꼽힌다.
화유코발트는 자체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코발트 채굴 업체다. 전세계 주요 이차전지 소재 기업에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인 코발트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SK온과 에코프로는 연초 폐배터리 처리 업체인 중국 거린메이(GEM)와 손잡고 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를 설립했고, 포스코홀딩스는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인 HY클린메탈을 광양에 설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차전지 분야에서 한중 합작사가 잇따라 설립되는 것과 관련해 IRA 시행 이후 배터리 원료와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료 조달에 강점이 있는 중국 기업과 협력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리튬·코발트·망간 등 이차전지 핵심 광물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원료 조달을 등한시 할 경우 고객사가 원하는 물량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美 압박 거세지만...국내 업체들 “현실적인 측면 고려 불가피”=반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IRA 백서’에서 중국·러시아·이란 등을 해외우려단체(FEOC)로 지정했지만 구체적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FEOC로부터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오는 2024년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핵심 광물의 경우 2025년부터 제외된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의 합작법인 설립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 “미국이 오는 8월께 공개할 FEOC의 범위에 따라 (LG화학이) IRA 보조금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기업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JV)이 IRA이 규정하는 FEOC에 포함될 경우 지분 조정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LG화학은 이어 “IRA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추진하는 것은 화유코발트가 원재료 확보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중국회사의 지분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FEOC가 규정된다면 필요시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단 ‘중국 회사 지분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식으로 FEOC가 규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미국 가이드라인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고객사 요구 등 현실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세계 1,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대해서도 국내 소재 업체들의 공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9위인 중국 신왕다와 배터리 분리막 공급 등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IET가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을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대량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왕다의 주요 고객사는 지리자동차·동펑자동차·상해자동차·볼보·폭스바겐 등이 있다.
▶K-배터리, 북미 공략 속도전...“탈중국 열쇠는 기술력”=국내 주요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들은 미국 시장 공략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지난달 25일 현대차그룹과 총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를 투자해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SDI도 같은 날 GM과 약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 미국 내 연산 30GWh 이상의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7조200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연산 43GWh 규모의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독자 생산법인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독자적인 기술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0일 ‘제 1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기술 초격차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고, 세계 최초 고체 배터리 상용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대상에 리튬메탈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유망한 이차전지를 포함할 예정이다. 민관은 향후 5년 동안 삼원계 전지, 리튬인산철(LFP) 전지, 전기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35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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