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재의 유로스텝] 사실 드롭존 효과는 크지 않았다…KGC 흔든 건 바로 '심리전'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상대 선수들을 당황시키는 전략이다."
서울 SK가 시즌 내내 잘 쓰지 않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3-2 드롭존이었다.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앞두고 전희철 감독이 강조한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주축 3인(김선형, 자밀 워니, 허일영)의 벤치 출전과 드롭존이었다. 1쿼터 중반에 세 선수가 교체 투입될 때 드롭존 수비로 상대를 당황시키겠다는 계획을 짰다.
이는 성공이었다. KGC는 SK의 강한 압박에 당황하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리듬을 잃고 말았다. 시리즈가 2승 2패로 균형이 맞춰지게 된 이유였다.
◆ 드롭존 수비란?
과거 SK를 이끈 문경은 감독이 애런 헤인즈를 이끌고 3-2 드롭존으로 재미를 봤던 시기가 있다. 앞선 세 명 중 가운데에 헤인즈가 서서 내외곽을 오가는 활동량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강한 압박에 볼 흐름 자체가 줄어들고, 턴오버가 나오면서 터프한 슛을 유도했다. 일반적인 3-2 지역방어와 조금 다른 변칙적인 수비였다.
지난 시즌 SK는 이현석(수원 KT)과 최준용이 있을 때 가끔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SK는 이 수비를 거의 쓰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 전희철 감독이 드롭존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 1쿼터 작전 성공 → 2, 3쿼터는 글쎄
1쿼터 막판 주축 3인이 투입된다. 전희철 감독은 곧바로 드롭존을 사용했다. KGC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첫 공격은 오세근이 잘 뚫어냈지만 이후 야투를 번번이 놓쳤다. 24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리기도 했다. 1쿼터 6번의 드롭존 포제션에서 KGC는 2점 FG 1/5 1턴오버를 기록했다.
2쿼터 초반에도 고전했다. 그러나 KGC의 김상식 감독이 배병준을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원래 지역방어는 수비가 자리 잡기 전에 빠른 템포에서 공격하거나, 외곽슛을 터뜨리면 위력이 줄어든다.
배병준이 첫 3점 2개를 놓쳤지만 이후 박지훈과 배병준이 3점 3개를 연속해서 터뜨리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36-34로 역전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한 번의 포제션만 드롭존을 쓴 뒤 SK는 대인방어로 전환했다. 2쿼터에 총 10번의 포제션을 드롭존을 공략한 KGC는 11점 FG 4/6 2턴오버로 나쁘지 않았다.
3쿼터 흐름도 비슷했다. 초반 야투를 놓친 KGC는 이번에는 아반도 중심으로 드롭존을 뚫어냈다. 무려 5번의 포제션 연속 야투를 넣으면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3쿼터에는 8번의 드롭존 포제션을 공략한 KGC가 13점 FG 5/8을 기록했다.
◆ 경기 내내 당황한 KGC 선수단,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1쿼터부터 3쿼터까지 총 24번의 드롭존 포제션에서 KGC는 26점 FG 52.6%(10/19)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결국 KGC가 드롭존 때문에 졌다고 볼 수 없다.
대신 경기 내내 상대 수비를 뚫는 데 온 힘을 쏟은 KGC는 대인방어로 돌아온 SK에 휘둘리고 말았다. 집중력을 잃고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SK가 드롭존을 포기하고 대인방어로 돌아온 2쿼터 4분여부터 SK는 12-6 스코어링 런을 달리면서 전반전을 리드한 채 마무리했다.
3쿼터도 마찬가지였다. SK가 대인방어를 서기 시작한 4분여부터 3쿼터 종료 시점까지 18-4 스코어링 런을 달렸다.
전희철 감독은 시리즈 내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다", "심리전을 준비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힘 vs 힘 대결로는 이길 수 없다면 심리전을 통해 상대를 공략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SK의 드롭존이란 카드가 제대로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확실히 드롭존을 쓰니깐 상대가 슛을 던질 때 머뭇거리는 모습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김상식 감독도 "상대가 지역방어를 설 거라고 예상했다. 조금씩 해결책을 찾은 거 같은데, 대인방어로 바뀐 이후에도 힘을 내지 못했다. 수비가 안 되다 보니 공격도 잘 안 풀렸다. 공수 조화가 잘 안 맞았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5차전도 드롭존이 통할까
4차전의 히트작인 드롭존이 5차전에도 통할까. 사실 4차전에도 KGC가 나름대로 해답을 찾았기 때문에 쉽게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전희철 감독도 "후반에 오마리 스펠맨이 앞선에서 미스매치를 만들어 돌파하다가 패스를 내주면서 깨는 모습이 있었다"라며 "다음 경기에는 안 통할 거다. 그래도 쓰긴 할 거다. 상대 선수가 누가 나오는지를 보고 드롭존을 꺼내 들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상식 감독도 철저하게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후반 들어 돌파, 코너 공략, 대릴 먼로를 활용한 하이로우 게임이 통한 만큼 상대가 기습적으로 수비 전술을 바꾸더라도 이를 뚫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대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KGC 특유의 팀플레이가 더욱 중요할 전망이다. 김상식 감독은 "우리는 에이스도 있지만 팀워크로 풀어가는 팀이다. 고비 때 하나로 똘똘 뭉치지 못하고 각자 플레이한 거 같다. 그 점은 고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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