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체불 사업주 대출도 안나온다…당정, 신용제재 확대

국가·지자체 지원사업 참여 제한…공공 입찰 시는 패널티도
당정, 3일 현안간담회 열고 '상습체불 근절 대책' 발표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3개월분 이상 체불하는 등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을 하면서 이를 청산하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에 더불어 신용제재 등의 경제적 제재가 이뤄진다.

또 체불 규모가 크거나 상습체불 사업장에 대해서는 즉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감독 후에도 체불이 지속될 경우 재감독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3일 당정 현안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매년 임금체불로 인한 피해액은 1조3000억원이 넘는다. 이로 인해 24만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특히 2회 이상 체불이 반복되는 사업장이 전체 30%로, 전체 체불액 중 약 80%를 차지한다.

이에 정부여당은 앞으로 1년 동안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다수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체불해 그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는 상습체불로 간주하고 강력한 제재에 나선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약 7600개소 사업장이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외에 임금체불 자료가 1년간 신용정보기관에 제공돼 대출·이자율 심사나 신용카드 발급 시 불이익이 주어진다. 또 국가나 지자체 지원사업이나 보조가 제한되고, 공공 입찰 시에도 감점 등의 패널티를 받는다.

사후적인 처벌에 더해 특히 상습체불 근절을 위한 감독 및 수사도 강화한다. 고용부는 이른바 '공짜야근'의 주범인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근로감독 역량을 집중한다.

현재 온라인 신고센터 등에 접수된 103개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진행 중으로, 하반기에는 청년층 다수고용업종, 장시간 근로 가능성이 높은 업종 등 800개소를 대상으로 집중감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고용부는 체불 피해 정도가 크거나 상습체불 사업장에 대해서는 즉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감독 후에도 체불이 지속될 경우 재감독도 추진한다. 고용부는 올 상반기까지 집중청산기간도 운영하기로 했다.

대지급금의 낮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도덕적 헤이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대지급금은 근로자의 미지급 임금을 국가가 대신해서 지급하는 제도다. 퇴직한 근로자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 등의 지급을 청구하면 고용노동부장관이 사업주를 대신해 미지급 임금 등을 먼저 지급한 뒤 정부가 해당 사업주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식이다.

정부는 사업주의 적극적인 체불청산을 촉진하기 위해 자금융자를 대폭 확대한다. 매출 감소 등 까다로운 융자요건을 없애고, 지급한도 상향 및 상환기간도 연장할 계획이다.

상습체불 요건에 해당돼도 융자를 받는 등 청산의지가 있는 경우에는 제재를 면제함으로써 일시적 경영난 등 불가피한 어려움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이 밖에 투명한 임금 산정을 위해 현재 서비스 중인 임금명세서 작성 프로그램의 기능도 대폭 개선한다. 사업주가 출·퇴근시간을 입력하면 근로시간, 임금과 각종 수당 등이 자동계산되고, 근로자는 임금이 제대로 계산·지급됐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공짜야근 등 근절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정식 고용장관은 "임금체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임금체불 근절이야말로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약자보호와 노동개혁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임금체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