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일 만의 SV’ LG 함덕주 “더 집중해서 던지려 해…고우석 올 때까지 잘 막겠다” [MK인터뷰]
“팀이 어려운 상황이라 더 집중해 던지려 했다. (허리 부상으로 빠진) 고우석이 올 때까지 잘 막겠다.”
무려 1020일 만에 세이브를 올린 함덕주(LG 트윈스)가 소감을 전했다.
2013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함덕주는 2021시즌을 앞두고 LG로 이적한 좌완 투수다. 지난해까지 전천후로 마운드에 올라 프로 통산 340경기(446이닝)에서 31승 21패 55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3.73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LG로 이적한 후 주로 중간계투로만 나섰던 함덕주는 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오랜만에 세이브를 달성했다. 마무리였던 고우석이 1일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염경엽 LG 감독이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했는데, 그 첫 주자로 선택받은 것.
LG가 5-3으로 근소히 앞선 절박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함덕주였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히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이번 경기 전까지 최근 3연패에 빠져있었던 LG를 구하는 피칭이자, 지난 2020년 7월 16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 이후 1020일 만에 세이브를 올리는 순간이었다.
함덕주는 경기 후 “새로운 임무를, 더 떨리고 긴장되는 상황을 맡아 더 좋았다. 더 집중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더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이브를 수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선두타자 박건우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낸 후 대타 한석현을 내야 플라이로 유도했지만, 3루수의 포구 실책이 나오며 출루를 허용했고, 천재환에게도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에 몰렸다. 이때 LG 코칭스태프는 즉각 마운드를 방문해 함덕주를 안정시켜줬다.
함덕주는 “(코치님이) ‘공 좋으니 여기서 막자’는 이야기를 하셨다. 나도 내 공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실책도) 라이트에 들어간 타구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실책이었으며 피안타는 내 실투였다. 내 공이 안 좋아서 내보낸 주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다음 타자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흔들리지 않은 함덕주는 이후 윤형준과 박세혁을 각각 삼진,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경기를 매조지었다. 이로써 두산 시절이던 2015년 4월 15일 KT위즈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던 함덕주의 통산 56세이브가 완성됐다.
그는 “두산에서도 처음 세이브를 했을 때 마무리가 아닌 상황에서 올라갔었다. 그때 같은 마음으로 던졌던 것 같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적하고 나서 또 이런 위치에서 던질 수 있게 된 것도 좋고, 이런 상황에서 믿고 내보내주셨으니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음에 또 이런 상황에서 던지기 위해 오늘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더 집중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함덕주는 지난 2년 간 다소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21시즌 후반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그 여파로 2022시즌에는 단 13경기(12.2이닝)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기를 회상한 그는 “더 밝게 지내려고 했다. 한동안 아프다 보니 약간 어둡게 지냈던 것 같다”며 “그렇게 있는다고 안 아픈 것도 아닌데, 그래서 동료들과 더 재미있고 밝은 분위기에서 야구를 하려고 했다.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이제 아프지 않으니 재미있고 신나게 야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상 후유증을 완벽히 털어낸 함덕주는 4월 한 달 간 무려 15경기에 나서며 가장 많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에 대해 그는 “관리는 너무 잘 받고 있다. 하루 걸러 하루 나올 때도 있고, 연투하고 나면 무조건 하루 휴식을 주신다”며 “쉴 때는 보강 훈련이나 치료를 잘 해주셔서 무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또 우리 팀이 그만큼 이기는 상황이 많았고, 중요한 상황에서 믿어주셨다는 얘기라 나는 좋다. 그동안 경기를 많이 나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많이 나가고, 잘하고 있어서 기분 좋게 하고 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LG는 최근 마무리 고우석을 비롯해 많은 부상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함덕주는 “(불펜에 부상 선수가 많지만) 내 어깨가 무겁지는 않다. 그보다는 부상자가 많아서 걱정이 된다. 같이 비시즌 보내고 캠프 때도 함께 잘 준비했는데 부상으로 빠진 걸 보니, 나도 이렇게 빠져있던 적이 있어서 더 안쓰럽다. 재활을 잘해서 복귀 후에 좋은 경기 보여주면 되니까 그때까지는 지금 있는 사람들끼리 잘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고우석에게 “나도 (부상으로) 빠진 적이 있어 안쓰럽다. (고)우석이가 팀의 기둥으로 단단하게 버텨주고 있었는데 부상으로 빠져서 모두가 (고)우석이의 자리를 돌아가면서 잘 막으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고)우석이가 돌아와 잘 막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전했다.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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