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전성기’ 최부경, “무조건 우승할 수 있다”

이재범 2023. 5. 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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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우리가 감독님께서 짜주신 판과 틀 안에서 방심하지 않고 우리 걸 지키면서 한다면 무조건 우승할 수 있다.”

서울 SK가 2002~2003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10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건 딱 한 번이었다.

돌풍을 일으키거나 명장으로 인정 받는 감독들을 계속 영입해도 최소한의 목표인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이루지 못하던 암흑기였다.

문경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김선형에 이어 최부경까지 신인 선수로 영입한 뒤 달라졌다. 2012~2013시즌 이후 하위권보다 상위권에 더 많이 자리잡았고, 두 번이나 챔피언에 등극했다.

SK가 어둠을 걷어내는데 힘을 실어준 선수 중 한 명이 최부경이다.

최부경은 다만 지난 시즌 챔피언에 등극할 때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7분 23초 출전에 그쳤다.

이번 시즌에는 팀 내 입지가 완전 달라졌다. 플레이오프 10경기 평균 35분 2초 출전해 12.6점 8.6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최부경의 선수 시절을 되돌아보면 정규리그만 따질 때 데뷔 시즌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각에 따라서는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만 한정하면 최부경의 최고 전성기는 이견 없이 이번 시즌이다.

최부경은 특히 안양 KGC인삼공사와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평균 14.8점 8.3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69.8%(22/32)를 기록 중이다.

최부경은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오후 훈련을 할 때 가만히 지켜만 봤다. 이날 선수들은 슈팅 중심으로 몸을 푼 뒤 아주 잠깐 전술 움직임을 맞춰봤다.

최부경은 “몸 상태가 쉬는 게 더 도움될 거 같았다”며 “모든 선수들이 지금은 정상인 게 비정상이다. 적어도 코트에서는 티를 안 내려고 한다”고 휴식을 취한 이유를 설명했다.

창원 LG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희철 SK 감독이 최부경을 굉장히 칭찬했는데 그날 하필 최부경이 부진했다. 칭찬을 아끼려고 했던 전희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면 여전히 최부경을 치켜세운다.

전희철 감독이 최고로 잘 하는 최부경이라고 한다고 하자 최부경은 “칭찬해주시면 안 된다(웃음)”고 했다.

최부경은 잘 하는 이유를 묻자 “모르겠다. 나 혼자만 바뀌어서 된 것도 아니고, 다른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다. 나 개인으로 봤을 때 수비가 잘 되는 걸 바탕으로 에너지가 생긴다”며 “나 혼자 잘 되는 것보다는 선수들과 같이 조직력 있게 뭔가를 해냈을 때 에너지를 얻는 선순환이 된다. 그런 걸 봤을 때 우리 팀의 조직력이 5라운드부터 올라와서 나도 덩달아 신나고, 점점 더 조직력이 더 좋아진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맞춰진다”고 했다.

최부경은 데뷔 시즌을 언급하자 그 때와 지금을 비교했다.

“데뷔 시즌 때는 머리 박고 정신 없이 열심히 했던 시즌이다. 뭐가 뭔지 모르고 코트에서 열심히 뛰어 다녔다. 시간이 흐르면서 후회하고 그러는데 딱 내 몸의 내구성에 대한 한계치라고 해야 하나? 그 한계를 상무를 다녀온 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 때부터 나 자신의 기량의 발전과 몸의 내구성을 고려한 밸런스를 맞췄다. 마냥 기량을 발전시키려고 한다면 몸이 망가지고, 또 몸만 아끼면 기량이 그 자리에서 멈추니까 그 중간 지점을 찾기 힘들었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데 팀 사정상 출전시간이 적을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게 있을 수 있다. 그렇게 계속 하면서 SK에서 10년 넘게 있으니까 쌓이고 쌓여서 경기를 냉정하게 좀 더 볼 수 있다. 헤매거나 얼어 있는 동료가 보이면 내가 더 독려를 해줄 수 있고, 그러면서 냉철해질 수 있다.”

통산 4번째 챔프전을 치르고 있는 최부경은 “작년과 비교하면 나는 방관자 느낌이고, 팀 사기를 올려주는 역할을 했던 느낌이다. (지난 시즌에는) 워낙 선수 구성이 좋았다”며 “그 때 눈으로 보고 쌓았던 경험치를 바탕으로 (이번 시즌에는) 코트에서 뛰면서, 내 몸을 간수하면서 다른 선수를 챙기는 게 진짜 힘들던데, 그러면서 승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 뿌듯하더라. 그런 재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졌을 때는 정말 열 받았다. 열 받았다는 게 상대가 잘 하고 우리가 못한 것도 있지만, 우리가 준비한 수비 조직력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3차전이 그랬다”며 “무기력하게 져서 선수들끼리도 서로 도와주면서 하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렇게 하니까 5라운드 후반부터 점점 완성도가 높아졌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 와서도 그 완성도가 다져져서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SK와 KGC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은 현재 2승 2패로 동률이다. 앞으로 남은 최대 3경기에서 챔피언이 가려진다.

최부경은 “우리가 감독님께서 짜주신 판과 틀 안에서 방심하지 않고 우리 걸 지키면서 한다면 무조건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SK는 3일 오후 7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와 챔피언결정 5차전을 갖는다.

#사진_ 점프볼 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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