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해자”라더니…라덕연 “절대 안 걸린다” 녹취록 파장

라덕연, 고액 투자자 설명회서 “차명폰으로 다 세팅…흔적 남기지 않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한 주가 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자문회사 대표가 과거 한 투자설명회에서 사실상 주가 조작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국내 증권가를 휘감은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한 주가 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과거 "나는 절대 안 걸린다"며 사실상 주가 조작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가 공개됐다.

지난 2일 SBS가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라 대표는 2021년 9월 비공개로 열린 고액 투자자 대상 투자 대상 설명회에서 자신은 투자 구조를 기존의 주가조작 방식과는 다르게 짜놓아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당 녹취록에서 라 대표는 "사람들끼리 주식이 오가면 금방 발각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이리로 간 게 여기서 이리로 가고 여기로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누군가 한 사람이 지휘를 했다고 나와야 하는데 제가 지휘의 흔적으로 남기지 않는다. 제가 지금 그렇게 다 세팅을 해놨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또 "누가 컨트롤타워인지 증명해 낼 방법이 사실 없다"면서 "제가 지금 이거를 다 실질적으로는 고객들한테 이 주식들을 사게끔 만들었지만 이걸 증명해 낼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고 했다. 자신이 모든 시세 조종의 판을 설계했고,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으로 풀이된다.

라 대표는 고액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주가 조작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핵심 멤버들 몇 명만 제가 차명폰으로 연락해서 '뭐 사라, 누구 걸 어떻게 사줘, 누구 걸 어떻게 팔아드려라' 그것만 오더를 내렸다"며 "부산에 있는 분이면 울산에서 부산으로 직원을 보낸다. 일산에 계시는 회장님이면 핸드폰 들고 일산을 간다. 저희는 한 자리에서 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여기 계시는 분들 연락처도 모른다. 실질적으로 나가는 애들 연락처도 모른다"며 투자자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해당 녹취록엔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투자자들이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검찰에서 털면 문제 생기지 않나"라며 불법 행위를 인지한 듯한 발언 내용도 담겼다. 일반 투자자가 주가 조작 정황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 또는 방조했다면 공범으로 처벌될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와 증권가의 시각이다.

이 같은 라 대표의 발언은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가진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정거래나 시세조종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과는 정면 배치된다. 라 대표는 자신도 이번 사태로 수백억원을 잃은 피해자이며, 오히려 시세조종의 배후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라 대표를 포함한 핵심 관련자들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했다. 해당 녹취록에 대한 라 대표 측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