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본 반대→고용 안정 촉구"…할리우드 작가들, 15년 만에 파업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의 영화, TV 시나리오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해 할리우드가 혼돈에 빠졌다.
작가들은 인공지능(AI) 대본의 등장에 대한 반발, 고용안정성 강화를 촉구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번 파업을 강행했다.
할리우드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한 것은 2007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WGA는 "제작사들은 노동시장 내부에 '긱 이코노미'(임시 계약직 위주의 인력운용)를 만들었고, 이번 협상에서 한 발 짝도 물러나지 않으며 작가 업무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배반했다"고 파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TT 위주 시장 개편이 작가 처우 악화 낳아"
2007년 파업 100일간 지속…인기 토크쇼, 미드 차질 불가피
지난 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시나리오작가 조합(WGA) 측은 성명을 통해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작가들이 직면한 위기를 고려할 때 우리의 제안에 대한 스튜디오의 반응은 불충분했다”고 밝히며 이날 오전 3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할리우드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한 것은 2007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당시 이들의 파업은 약 100일동안 지속됐다.
WGA는 “제작사들은 노동시장 내부에 ‘긱 이코노미’(임시 계약직 위주의 인력운용)를 만들었고, 이번 협상에서 한 발 짝도 물러나지 않으며 작가 업무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배반했다”고 파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WGA와 대형제작사들이 소속된 영화, TV제작자연맹(AMPTP) 간 협상안이 결렬되면서 벌어졌다. 반면 AMPTP 측은 보상 규모를 충분히 더 늘리는 방안을 WGA에 제시했지만, WGA가 다른 조건들을 고집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란 주장이다. AMPTP 측은 “현 상황 해결을 위해 WGA에 추가 대화에 나설 용의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작가들의 수입 및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두고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작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 등 OTT 스트리밍 플랫폼 위주로 재편되면서 작가들의 처우가 열악해졌다는 주장이다. 드라마, 시트콤 등의 시즌당 편수가 평균 20여편에서 10편 수준으로 줄어들고, 일명 ‘재방료’에 해당하는 스트리밍 저작권 수익인 ‘재상영분배금’(Residual)도 감소했지만 업무량이 오히려 늘어나 작가들의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WGA가 스튜디오 측의 수요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 작가들의 고용 규모를 유지해 콘텐츠를 제작, 진행할 수 있게 고용안정성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AMPTP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I를 활용한 대본 작업에 대해서도 WGA 측의 반발이 거세다. WGA는 제작사가 작가들의 이전 작품 데이터에 기반해 AI가 새 대본을 쓸 수 없게 저작권을 보호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AI가 만든 대본 초안을 사람 작가들이 재작성하는 관행도 없어야 할 것이란 협상 조건이다.
AMPTP는 보상금 인상 등을 통해 작가들의 처우 인상에 노력하는 부분엔 열려있지만, 작품 필요에 관계없이 작가들의 고용 규모를 유지하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인기 토크쇼 및 미드(미국 드라마)들의 방영이 일부 중단되는 등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장 BTS, 블랙핑크 등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하 ‘지미 팰런 쇼’)을 비롯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등 토크쇼들의 제작이 중단되며 올 가을 새로운 드라마 등 작품 공개들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0일부터는 미국배우방송인조합(SAG-AFTRA)이 계약만료를 앞두고 AMPTP와 협상을 시작하는 만큼, 다른 직종 조합으로도 파업의 불씨가 확산될 수도 있다. 다만 넷플릭스만큼은 이번 파업의 여파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