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와 아이돌의 기묘한 만남 ‘류진숙’을 아십니까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2023. 5. 3. 10: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2030 사이에서 트로트 가수 류진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트로트 가수 '류진숙'의 신곡 '국희'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트로트 가수 이박사의 추임새도 빠질 수 없는 화룡점정이다.

류진숙 밈이 아니더라도 이미 뉴진스는 트로트와 인연이 깊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2030 사이에서 트로트 가수 류진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떠오르는 트로트계 샛별의 정체가 궁금하다.

뉴진스의 토끼 캐릭터에 트로트 분위기를 입힌 ‘류진숙’ 앨범아트.
"대한민국 국보 가수는 우리 류진숙 님이어라~~"

트로트 가수 '류진숙’의 신곡 '국희’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비공식 음원이지만 조회 수는 무려 50만!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실제 가수는 아니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와 대표곡 'Cookie’의 비공식 트로트 버전 별칭이다. 뉴진스와 트로트라니? 이 수상한 만남은 한 팬이 뉴진스 대표곡을 편곡해 유튜브에 올린 트로트 버전 영상에서 성사됐다.

뉴진스는 지난해 7월 민희진 어도어 대표(전 SM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손에서 탄생한 걸 그룹이다.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저력은 상상 이상. 신곡이 공개됐다 하면 음원차트 1위를 휩쓸 뿐 아니라 벌써 공식 팬클럽 'Bunnies(버니즈)’ 1기까지 출범했다. 다섯 멤버의 평균 연령은 2023년 기준 17.4세다. 10대 소녀 뉴진스의 '뽕짝’은 어떻게 인기를 끌고 있을까.

K-유전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프로듀서 250.
‘뉴진스 열풍’으로 이들의 대표곡은 시티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로 편곡됐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건 트로트 버전이다. 뉴진스 앨범 아트의 상징인 토끼 캐릭터에 황금 반짝이 정장 및 넥타이를 입힌 섬네일과 재치 넘치게 붙인 제목이 특징인데, 'Cookie’는 발음에 따라 '국희’(‘Cookie’ 팔도 유람 관광버스 버전)로, 'OMG’는 '어마이, 어마이가’(‘OMG’ 효도 리믹스 버전)로 비튼 식이다. 이 원리로 그룹명 뉴진스도 류진숙이 됐다.

뉴진스의 음악은 트로트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볼티모어 클럽(‘Ditto’) 등 장르 색채가 강한 곡에도 트로트 특유의 색소폰 반주는 자연스레 스며들어 클라이맥스의 애달픈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금관악기로) 신나지만 슬픈 'Ditto’를 트로트로 멋지게 편곡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 중간중간에 삽입된 트로트 가수 이박사의 추임새도 빠질 수 없는 화룡점정이다. 류진숙의 노래에 MZ 네티즌들은 "식사도 음료도 없던 그 시절의 노래… 지금 들어도 참… 눈시울을 적십니다"처럼 5060 '바이브’로 댓글을 달며 신명 나게 놀고 있다.

나훈아의 테스형.
류진숙 밈이 아니더라도 이미 뉴진스는 트로트와 인연이 깊다. 'Attention’ 'Hype Boy’ 'Ditto’ 등 뉴진스 히트곡을 작곡·프로듀싱한 프로듀서 250(이오공·본명 이호형)부터 트로트 장르에 진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250은 지난해 3월 발표한 트로트 앨범 '뽕’으로 올해 3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종합 분야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을 비롯해 장르 분야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과 노래 부문까지 수상했다. 이 앨범은 트로트와 전자음을 묘하게 섞어 삶의 애환과 한의 정서를 나타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의 정서로 '리얼(real) K-팝’을 추구하는 그의 히트곡이 트로트와 잘 어울리는 게 단순 우연은 아닌 셈이다.

뉴진스와 트로트의 만남처럼 트로트는 지금껏 세대 통합을 이뤄왔다. 신구(新舊)를 가로지르는 '트로트 파워’다. 한창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유행한 2000년대 후반은 이박사의 '몽키매직’ '스페이스 판타지’가, 최근엔 이애란 '백세인생’과 김연자 '아모르 파티’가 그 역할을 맡았다. 2020년 한가위엔 공중파에서 '나훈아 콘서트’가 방영되며 '테스형!’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간혹 트로트가 촌스럽게 느껴져도 'K-유전자’를 지닌 이상,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듬감과 그 속 깊이 묻어나는 애잔함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뉴진스 #류진숙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
사진제공 다날엔터테인먼트 유튜브‘릴기모치’캡처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