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망했다고, 기말고사도 망할거야?
“과거를 잊어버린 자는 그것을 똑같이 반복하게 된다”는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명언은 내신성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자기주도학습 전문가, 장덕진 원장을 만났다. 중간고사를 잊어버린 자, 기말고사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지어다.
장 원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자기주도학습법을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혼공러’들을 위해 유튜브 채널 '대치동 장원장’을 운영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공유하고 있다. 20년 넘게 중고생을 만나온 그는 대치동에서만 12년 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4월 6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스튜디오를 찾은 장 원장은 "중2 학생은 채점을 마친 중간고사 시험지를 구겨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 오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자기주도학습법을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혼공러’들을 위해 유튜브 채널 '대치동 장원장’을 운영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공유하고 있다. 20년 넘게 중고생을 만나온 그는 대치동에서만 12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4월 6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스튜디오를 찾은 장 원장은 "중2 학생은 채점을 마친 중간고사 시험지를 구겨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오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시험지가 왜 필요한가요.
앞으로의 공부를 위해 오답 분석은 필수입니다. 우선 문제를 왜 틀렸는지 스스로 써봐야 합니다. 학원에서 하는 오답 분석은 해설지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념을 몰라서 틀렸는지, 실수를 했는지에 따라 솔루션도 달라지죠.
그다음엔 뭘 해야 하나요.
정확한 정답의 근거를 찾아 스스로 써봐야 합니다. 교과서나 자습서, 학교 선생님 필기 등을 찾아서 답과 연결하는 거죠. 중간고사 범위가 다음 시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무시하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중등 과정의 모든 내용은 고등학교에 반영됩니다. 특히 고1에 가서 같은 문제로 발목 잡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이 과정은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유명 학군지 중학교에서는 교과서 외에 추가로 주는 자료가 많습니다. 어느 위치에서 시험문제가 나왔는지를 찾아보는 과정이 중요한 거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출제하는 선생님은 대개 동일하기 때문에 출제 경향은 유지됩니다. 앞선 분석을 바탕으로 기말고사를 준비할 때 어떤 걸 중심으로 공부해야하는지 나만의 맞춤 매뉴얼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는데요.
5개 이내로 틀린 학생은 과목당 2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많이 틀렸다면 시간이 더 걸리겠죠. 그래서 가능하면 중학교 2학년 첫 시험이 끝난 뒤에는 부모님이 이 작업을 도와주셔야 합니다. 대신 등짝을 때리지 않는 게 중요하죠(웃음).
아이와 함께 왜 틀렸는지 분석하다 보면 화가 나지 않을까요.
화가 나더라도 분석이 끝날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도중에 싸우면 시간도 길어지고 다음 시험 결과도 나빠집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자기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요. 또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최종 성적표는 기말고사까지 합쳐서 나오는 겁니다. 중간고사에서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이를 고쳐서 기말고사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중간고사가 끝난 뒤 부모님이 아이가 힘들었던 점을 공감해주고 아쉬운 부분을 찾는 과정에 함께하면 좋죠. 그러면 최상위권은 하나 틀릴 거를 틀리지 않게 될 거고요. 절반 맞았던 학생은 70점은 받게 될 겁니다.
부모가 공부 내용을 모르면 어떡하나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아이의 질문에 답해주지 못해 부담이 커진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나도 정확하게 모르는데 시험 분석을 같이 해줘도 될지 고민하게 되죠. 그래도 아이는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이거 어디서 본 거야?" "저건 어디서 나왔을까?" 이런 방법론적인 접근을 하시는 건 내용을 몰라도 할 수 있어요. 함께 찾을 수도 있고요.
공을 많이 들여야겠네요.
교육에서 중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첫 중간고사를 치른 시점이 그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인생 첫 경험을 한 거잖아요. 그래서 힘들 수 있어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100점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틀렸다거나, 내가 그래도 중간 이상은 할 줄 알았는데 평균보다 못했다거나 해서 자괴감이 들 거예요. 그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넘기느냐가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100%를 해줄 수는 없어도 그 과정에 함께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죠.
첫 시험을 보고 집에 들어온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일단 안아주세요. 이건 둘 다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서로 감정을 추스르는 거죠. 어떤 성적을 받았든 학생들은 다 열심히 했습니다. 자신이 처음 평가받는 일에 다들 호기심이 있거든요. 그 노고를 치하해줄 필요가 있는 거죠. 시험을 보고 왔는데 엄마가 안아주면 감동받아서 무장 해제됩니다. 그다음에는 "시험 준비하면서 어떤 게 힘들었냐"고 물어보세요. 이걸 학생 스스로 말하는 과정에서 솔루션이 나오는 겁니다.
"기말고사 대비, 문제 많이 푸는 건 독이다"
4주 플랜을 짜면 됩니다. 그럼 5월은 시간이 남겠죠. 상위권이라면 고등학교 선행학습 등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공부를 하세요. 중하위권은 수업에 대한 몰입도나 학교에서 주는 자료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학생들이에요. 중간고사를 본 뒤에 취약한 과목이나 영역에 대해서 수업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예습을 할 필요가 있어요.
각론으로 들어가서 국어 공부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국어가 의외로 난제입니다. 시험 준비를 해도 국어 능력이 키워지지 않는 학생이 많아요. 큰 틀을 보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가령 문학이라고 한다면 학생들은 시어에 대한 설명처럼 자잘한 필기 내용에 주목해요. 이보다는 주제, 갈래, 특성과 같은 이론적 체계와 구조를 먼저 확인한 다음 디테일로 들어가야 해요. 학교 선생님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시험 준비가 다 된 겁니다.
영어도 비슷한가요.
본문을 직독 직해하는 건 기본입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들은 본문 내용 설명을 학원에서 또 듣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 이해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기가 스스로 한 땀 한 땀 해석해보는 연습을 해야 해요. 그다음에 문법 내용을 얹는 거죠. 시험을 보기 전에 완성된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이 영어 본문을 설명하듯이 해석도 하고 문법 설명도 할 수 있는 상태까지 왔다고 보면 됩니다.
중등 내신시험 준비하면서 문제를 많이 푸는 건 오히려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교 기출문제를 풀어본다고 해도 자기 학교와 문제 스타일이 다를 수도 있고요. 학교 수업을 충실하게 듣고 선생님이 설명 중에서 어떤 포인트를 강조하는지를 이해한다면 문제를 많이 풀지 않아도 정답률은 높아져요.
수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수학이 복병이죠.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만 성적이 안 나오는 일이 허다하잖아요. 상위권 학생은 아마 기본적인 선행이 돼 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관건은 실수를 줄이고 시간 내에 푸는 것이죠. 그 훈련을 하면 됩니다.
반대로 중하위권은 개념에 대한 이해부터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상위권 학생을 따라서 문제를 많이 풀면 안 되죠. 고난도 문제는 못 풀어도 괜찮으니 중·저난도 문제를 다 푸는 걸 목표로 잡아야 해요. 그러면 50점 받았던 학생은 70점으로, 70점 받았던 학생은 90점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과학은 어떤가요.
중등 과학에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영역을 합쳐서 배우기 때문에 자기가 뭘 좋아하느냐에 따라 점수 편차가 커요. 시험범위가 어떤 영역인지를 파악하고 물리와 화학은 수학처럼, 생물과 지구과학은 사회처럼 접근하면 됩니다. 물리와 화학은 개념을 이해한 다음 문제 풀이, 생물과 지구과학은 툭 치면 나올 만큼 암기해야 합니다.
중학교 성적표엔 석차가 표기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면 공부를 잘하는 건가요.
90점 이상을 받았다면 그 과목에 한정해서 상위권 그룹 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업도 열심히 듣고 시험도 잘 본 거죠. 이를 유지하면 A(한 학기 점수 합산 90점 이상)가 나옵니다. 아무리 시험을 쉽게 내더라도 절반 이상의 학생에게 A를 주는 학교는 없거든요. 다만 중학생 때 모든 과목 A를 받았다고 해서 고등학교 성적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중학교 때 내신에 100% 에너지를 다 쓰는 학생과 고등학교 선행에 에너지를 나눠 쓰는 학생은 추후 성적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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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영철 기자 동아DB 게티이미지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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