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봄, 일상이 예술
외부인의 눈으로 보자면 두바이에는 오로지 여름만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도시에도 계절은 존재하고 그중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계절은 봄이다. 봄, 그것은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전 아직은 따사롭기만 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자 수온마저 적당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계절. 그리고 두바이의 봄에는 예술이 있다. 과장하는 게 아니다. 두바이의 봄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술이다.
봄의 두바이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세 가지 방법
1. 아트 두바이(Art Dubai)
아트 두바이는 중동 지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중 하나로 매년 3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서구 중심의 예술에서 벗어나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소위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예술을 소개하고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자 노력해 왔다.
두바이의 미나 아살람 주메이라 호텔(Jumeirah Mina A'salam)에서 진행된 올해 행사에는 컨템퍼러리 아트, 모던 아트와 더불어 디지털 아트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특히 디지털 아트의 비중이 예년에 비해 확대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는 44개국 100곳 이상의 갤러리가 아티스트 400여 명의 작품을 소개했다. 점차 그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아트 페어다.
▶아트 두바이 방문을 즐겁게 만들어줄 팁 몇 가지.
비주얼 캠페인
아트 두바이의 비주얼 캠페인은 매년 새롭게 변신한다. 캠페인에는 그 해의 트렌드가 담겨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고 간다면 전시 작품들을 더욱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경우, 수채화와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세계적인 예술인들과의 만남
아트 두바이의 강점 중 하나는 세계적인 예술인들의 강연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세계적인 비주얼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과 후각 아트로 유명한 시셀 톨라스(Sissel Tolaas)와 같은 아티스트를 비롯해 저명한 큐레이터와 아트 디렉터들이 2023년 두바이 아트 토크의 강연자로 나섰다.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눈에 띄는데 올해는 스웨덴의 미술가인 야콥 달그렌(Jacob Dahlgren)이 워크숍을 진행했다. 참가 신청은 행사 시작 약 2주 전부터 아트 두바이 웹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네트워킹
어쩌면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업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일지도 모르겠다. 아트 두바이도 예외는 아니다. 행사장 내외부에 마련된 바와 레스토랑에서 일행과 시원한 음료 한 잔을 앞에 두고 관람평을 나누어도 좋겠고 우연히 곁에 앉은 아티스트, 또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맺어도 좋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도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다. 내년, 열일곱 번째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지금의 작은 씨앗 같은 그 인연들이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되길 기대해 본다.
2. 알세르칼 아트 위크(Alserkal Art Week)
어쩌면 지금 두바이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은 알 쿠오즈(Al Quoz)가 아닐까? 알 쿠오즈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벽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대표되는 공업지대였다. 그런데 창고와 공장 등이 대부분이던 이곳이 이제는 두바이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문화예술의 허브로 재탄생했다. 창고 중 일부가 갤러리 또는 개성 있는 상점, 카페 등으로 탈바꿈했고 잿빛 외관이 무색하리만치 알록달록한 내부를 자랑하는 키즈카페들도 이 지역에서는 흔하다.
알 쿠오즈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단연 알세르칼 애비뉴(Alserkal Avenue). 아랍에미리트의 사업가이자 문화예술후원자인 알세르칼 가문에 의해 지난 2008년 문을 연 거리에는 14,000평에 이르는 부지에 70곳 이상의 갤러리와 예술 기관, 지역에서 탄생한 숍과 카페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연중 운영되기는 하지만 이곳이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는 알세르칼 아트 위크(Arserkal Art Week) 기간이다. 아트 위크는 매년 두 차례 진행되며 그 첫 번째 문은 봄과 함께 열린다. 이벤트가 열리는 동안 갤러리들은 주목받는 컨템퍼러리 아트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투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토크 등의 행사도 운영된다.
3. DIFC, 일상에서 즐기는 예술
앞서 두바이의 봄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술이라 했다. 두바이에서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장소가 어쩌면 이 글의 주제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곳일 수도 있겠다.
두바이 북쪽에 자리한 DIFC(두바이 국제금융센터/ 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는 전 세계 금융회사들이 모여 있는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금융업무지구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사무실만 밀집한 심심한 공간이 아니다. 유명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모여 있는 미식가들의 천국이기도 하고 바로 옆 게이트 빌리지(Gate Village)에는 갤러리들도 여럿 자리하고 있어 나들이 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
게다가 DIFC에서는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고서도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곳곳에 공공미술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는 데다 주기적으로 전시 작품을 교체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여름은 정말 덥다. 사람이 외부 공간에서 단 5분을 걷는 것도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 계절이 찾아오기 전, 봄의 끝을 잡고 즐기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 보자. 시원한 음료 한 잔 사 들고 DIFC 지구를 거닐며 공공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일상이 예술이라는 말의 의미를 체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유미(여행하는 가족) 에디터 트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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