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콜롬비아 시위 진압' AI 사진 게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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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가 2021년 남미 콜롬비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는 게시물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사진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앰네스티는 앞선 보고서에서는 실제 시위대 사진을 사용했으나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당사자가 보복당할 위험이 있어 AI가 만든 가짜 사진을 썼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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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보복 우려에 AI 사진 써"…"현장서 목숨걸고 일하는 언론에 대한 모욕"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가 2021년 남미 콜롬비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는 게시물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사진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에 한 콜롬비아 여성 시위대가 현지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의 사진을 게재했다.
2021년 4월∼7월 콜롬비아 전역을 휩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자행한 인권침해 사례 보고서를 홍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잘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 시위대의 몸을 감싼 콜롬비아 국기의 색깔 배열이 엉뚱하게 돼 있고, 경찰관 제복도 구식이다.
여성과 경찰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뭉그러진 듯 흐릿하다.
이 사진은 실제로 촬영된 것이 아니라 AI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를 조합해 생성한 가짜 사진이었다.
앰네스티 스스로도 사진 왼쪽 하단에 깨알 같은 글씨로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라고 표기했다.
당장 보도 전문기자와 학계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AI가 만든 가짜 사진을 이용함으로써 앰네스티 스스로 인권보호 활동의 진정성을 깎아내리고 음모론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국가권력의 인권탄압 현장을 고발하는 사진이라면 어느 것보다 사실에 입각한 것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활동하는 사진기자 후안초 토레스는 가디언에 "언론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인공지능으로 만든 이미지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누구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논란이 일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앰네스티는 앞선 보고서에서는 실제 시위대 사진을 사용했으나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당사자가 보복당할 위험이 있어 AI가 만든 가짜 사진을 썼다고 해명했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 앰네스티 미주 국장은 가디언에 "이번 일이 피해자 지원이나 콜롬비아 내 정의를 요구하는 우리의 핵심 메시지를 훼손할까 우려해 SNS에서 AI 사진을 삭제했다"며 "AI 이미지 사용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AI가 실제 인간이 촬영한 사진들을 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표절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관련 업계의 미래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레스 기자는 "앰네스티가 AI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시위를 직접 취재한 사진 기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AI 이미지 사용은 보도의 현실성을 잃는 것뿐 아니라 언론과 독자 간 연결고리도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AI가 만든 이미지나 텍스트를 둘러싼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독일의 한 사진작가는 AI로 만든 이미지를 국제 사진전에 출품한 뒤 우승작으로 선정되자 뒤늦게 AI 작품임을 밝히고 수상을 거부했다.
앞서 3월엔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원작을 다른 미술관에 대여하는 동안 이를 대체할 모작들을 공모해 전시했는데, 이 중 한 점을 AI가 그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독일 주간지 '악투엘레'는 지난달 포뮬러원(F1) 레이싱의 '원조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은둔생활 약 10년 만에 최초로 접촉한 것처럼 AI를 이용한 가짜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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