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루아침에 사라진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 표석…경찰, 수사 착수
과거 일부 보수단체 표석 철거 요구 주장도
문화재위원회, 재설치 여부는 논의할 계획
서울시가 서울 중구 소공동 인도에 설치한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 표석이 사라져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사라진 서울시 ‘광복단결사대 활동지 및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 표석을 누가 가져갔는지 추적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노동당은 지난해 6월 서울시 역사문화재위원회에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 표석 설치를 신청했다. “김재봉, 조봉암, 박헌영 등이 1925년 4월 17일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옛 아서원에 모여 비밀리에 조선공산당을 창당했고, 이후 조선공산당은 일제강점기 노동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역사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7월 심의 과정을 거쳐 노동당의 신청을 승인했고, 서울시는 지난 3월30일 소공동 롯데호텔 앞 인도에 표석을 설치했다.
표석에는 ‘이곳은 1920년 8월24일 미 의원단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휘 아래 광복단 결사대와 암살단이 조선총독 등 일본 고관을 처단하려 모였던 아서원 자리이다. 1925년 4월17일 여기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조선공산당이 결성돼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다’고 적혀 있었다.
서울시 역사문화재과는 지난달 24일 “표석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을 찾아 신고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시는 이튿날 남대문서에 수사 의뢰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는 1985년부터 사라진 문화유산의 터나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기억하게 하려고 335곳에 역사문화표석을 세워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설치한 표석이 사라진 경우는 이전에 없었다”며 “표석 재설치 여부를 논의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표석이 사라지기 전 일부 보수단체는 표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마부대 등은 지난달 24일 “대한민국에 공산주의 세력이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서울시에 표석 철거를 촉구했다.
노동당은 성명을 내고 “좌우 이념을 떠나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제와도, 기득권 세력과도 싸워왔던 선배들의 역사적 행적을 되새기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번 역사문화 표석 탈취 사건을 ‘실체적 역사를 지우는 몰역사적 행위’로 판단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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