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배 늘어난 해외 부동산 펀드…경기 침체로 금융업계 손실 우려”

대한상의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 위기대응 전략’ 세미나 개최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펀드 부실화 우려
“추가 자금 투입 방안부터 엑시트 전략까지 고려해야”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해외발 금융 리스크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국내 금융 시장에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법무법인 세종과 미국계 다국적 로펌인 그린버그 트라우리그와 공동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의 위기대응 전략’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국내 금융업계의 위기대응 전략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대한상의가 이날 발표한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와 위기대응 전략’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사가 결성한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총 71조8000억원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3년말 5조원에 비해 14배 이상 급증했다. 자금 조달이 용이한 저금리 상황에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급격히 증가한 해외 부동산 펀드는 국내 금융업계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고점인 시기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데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주가폭락과 함께 다시 위기설에 휩싸이는 등 해외발 금융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잠재적 위험요소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 대출 부실화가 거론되는 만큼 우리도 위기의 전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사전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서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법무법인 세종의 박영준 변호사는 “해외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도래하기 전이라도 임대료 수입 감소 또는 자산 가치 하락으로 초래된 선순위 대출계약 위반이 있을 시 추가자금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적시점에 출구전략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현지 선순위 대출계약 상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차환에 실패할 경우 부동산 또는 부동산 담보 채권을 할인 매각해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등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엑시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그린버그 트라우리그의 아시아 부동산부문장 조엘 로스테인은 “시장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 기업은 자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자본 확충, 충당금 적립 등의 선제 조치가 요구된다”며 “당국은 금융시장 급변으로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금융회사들을 위해 유동성 지원책을 마련해 위기가 닥쳐도 시장을 신뢰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