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 기간 불펜 평자 0.96, 롯데가 ‘차갑게’ 야구할 수 있는 이유
다시 롯데의 흐름이었다. 1-2로 리드를 내준 뒤 맞은 2회초 노진혁과 한동희의 연이은 2루타로 동점을 만들고 다시 무사 2루. 타석에는 8번 유강남이 들어왔다. 난타전의 경기 초반이었다. 1~2점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경기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 벤치의 선택은 희생번트. 롯데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희생시켜 1사 3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1사 1·3루에서 1루주자 박승욱과 3루주자 한동희의 더블 스틸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롯데는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2회 ‘스몰볼’로 3-2로 앞선 뒤 한 차례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7-4로 승리했다. 또 9연승을 내달렸다.
사실, 올시즌 롯데를 보자면 낯선 장면은 아니었다. 롯데는 개막 이후 희생번트 9개로 리그 평균 수준이다. 그런데 경기 초반, 특히 3회 이전 희생번트는 5개나 기록했다. 3회 이전 수치로는 단연 1위다. 예컨대 올시즌 희생번트 6개를 기록한 두산은 3회 이전 희생번트는 1개도 없었다. 팀 희생번트 15개로 최다인 NC도 3회 이전에는 희생번트가 2개뿐이었다.
올해의 롯데는 경기 초반 ‘1점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역발상 야구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동점 같은 박빙의 상황, 2~3점을 낼 수 있는 낮은 확률의 ‘기회’를 포기하는 1득점의 확률을 높이는 움직임을 보인다.
1점의 힘은, 경기 후반으로 가면서 커지기 마련이다. 다만 경기 초반 1득점의 성패는 경기 중반 팀 운영, 벤치 선택을 바꿔놓는다. 경기 중후반 실행할 수 있는 투수 운용의 ‘플랜’만 명확하다면 경기 초반 1점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롯데는 2일 KIA전에서도 3-2로 초반 리드를 잡은 끝에 5-3으로 흐름을 유지하던 5회 2사 후 투구수 111개로 고전하던 선발 박세웅을 내리고, 김진욱을 올린 뒤 최준용, 김상수, 구승민, 김원중으로 망설임 없는 불펜 운용을 했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경기 초반 희생번트 작전이 잦은 편이었다. 3회 이전 희생번트가 25개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경기 초반 1점이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초반 1점의 힘은 중반 이후의 투수력, 특히 불펜의 힘에 따라 가치가 좌우된다. 지난해 롯데 불펜은 평균자책 4.86으로 최하위였다. 올해는 시즌 전체로는 불펜 자책이 4.24로 7위지만, 연승 모드로 접어든 최근 9경기에서는 불펜 자책 0.96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찍고 있다. 경기 초반 1점이 ‘핵펀치급’ 효과를 내는 배경이다.
올해 롯데는 이전에도 가끔 그랬듯 최고의 초반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연승을 한 만큼 각종 지표들이 뜨겁지는 않았다. 올해 롯데의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도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올해 롯데 야구는 차갑다. 냉정한 계산 속에 움직이고 있다. 이를테면 ‘뜨거운 아메리카노’ 에서 ‘차가운 아메리카노’로의 변화. 롯데는 얼음 가득한 ‘아아’ 야구를 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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