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인권 보호 주장에 왜 가짜 사진? 앰네스티 AI 이미지 사용 논란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가 콜롬비아 국가 총파업 시위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를 사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앰네스티 측은 시위 참여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일부러 AI가 만든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일부 인권 운동가들과 미디어 학자들이 자칫 조직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앰네스티 노르웨이 지부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에 이미지 3건이 올라왔다. 경찰에게 끌려가는 한 여성의 모습을 포함한 이 이미지들은 2021년 콜롬비아 전역을 휩쓴 시위 당시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AI가 생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미지에 등장하는 여성은 깃발을 휘감은 모습인데 깃발에는 “경찰이 시위에 참여하는 여성과 성 소수자를 성폭행하고 모욕했다”는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지의 오류들이 금방 드러나면서 신뢰성 논란이 제기됐다. 일례로 시위대가 들고 있는 삼색 콜롬비아 깃발은 빨강, 노랑, 파랑 색 구성은 맞지만 순서가 잘못 표현됐다. 또 시위를 진압하는 콜롬비아 경찰 제복도 지금 사용되지 않은 예전 복장이다. 앰네스티 측은 이미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해당 계정에 올라온 이미지를 삭제했다.
앰네스티 측은 이와 관련해 시위대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실제 사진이 있지만 AI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IT전문지 기즈모도에 밝혔다. 또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트윗 하단에 ‘인공지능이 만든 삽화’라고 언급했다고 했다. 앰네스티는 앞서 콜롬비아의 시민단체와 협의를 통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AI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4월 28일 촉발한 콜롬비아 시위는 노동자와 중산층이 정부의 세금 개혁에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천 명이 벌이던 시위가 점차 격화하면서 진압 과정에서 38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다.
앰네스티는 미국의 시사채널인 바이스 측에 “2021년 콜롬비아 파업에 참여한 많은 사람이 보안군의 탄압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렸으며 정부가 여전히 이를 범죄로 분류하고 있다”며 “국제앰네스티는 이 기간에 자행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설명하기 위해 AI이미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엔에 따르면 콜롬비아 정부는 시위대를 계속 추적해 왔고 지금도 100명 이상이 감옥에 갇혀 있으며, 이 중 다수가 테러 혐의를 받고 있다.
앰네스티를 비롯한 국제 인권 단체들은 콜롬비아 경찰이 당시 저지른 폭력, 성희롱, 고문 등 수백 건의 인권 침해 사례를 문서로 만들었다. 이들의 연구는 콜롬비아 경찰의 강경 대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수용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즈모도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조직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인권 운동가들에서 나온다고 소개했다.
언론인과 미디어 학자들도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앰네스티의 활동을 훼손하고 음모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상기술을 활용해 인권 보호 활동을 벌이는 잡지인 ‘위트니스’의 샘 그레고리 편집장은 “앰네스티가 사용한 AI 이미지가 전 세계의 다양한 인권 침해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현장 정보를 제공해온 앰네스티의 위상을 약화할 것”이라며 “앰네스티에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Erika Guevara Rosas) 국제앰네스티 미주국장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AI가 생성한 이미지 사용에 대한 비판이 피해자를 지지하고 콜롬비아의 정의를 요구하는 핵심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이미지를 삭제했다”며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런 기술 사용에 따른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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