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서울문화사 2023. 5. 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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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130에 올라타 계곡물에 뛰어들고 진흙탕을 뒹굴었다. 디펜더는 ‘이게 되나?’ 싶을 때 ‘더 해도 돼’ 하는 차였다.
디펜더 130의 최대 도강 높이는 900mm. 에어 서스펜션은 차체를 145mm까지 들어 올린다.

랜드로버 신형 디펜더 130 시승을 위해 태백산맥 가는 버스에 탔다. 두 시간 후 우리는 인제군 남면 남전리의 이름 모를 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앞서 출시한 디펜더 90과 110을 비롯해 이날의 주인공인 130까지, 디펜더 형제가 총출동해 있었다. 다음으로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온통 흙색뿐이다. 아파트 1.5층 높이는 되어 보이는 모래 언덕, 풋살장 크기의 웅덩이, 강물이 마른 자리에 형성된 황무지.

“여긴 어떻게 찾았고, 저 언덕들은 다 뭡니까?” 현장에 나와 있던 홍보 담당자에게 묻자 그는 들뜬 표정으로 답했다.“저희 오프로드에 미쳐 있어요. 재밌으실 겁니다.” 로빈 콜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의 간단한 환영사가 끝나자 우리는 곧장 디펜더 130에 올라탔다. 각 차에는 무전기가 비치되어 있었다. 인스트럭터가 탄 선두 차량이 움직이자 열 대 넘는 디펜더가 차례로 뒤를 따랐다. “다 잘 들리시죠?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맨 앞에 보이는 차는 곧장 웅덩이로 달려들었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노’ ‘머드’ ‘샌드’ ‘암석’ ‘도강’ 총 7가지로 구성됐다.

웅덩이를 가득 채운 흙탕물은 최소 허벅지 높이는 되어 보였다. 차를 물에 담그자 본능적으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주행 모드를 ‘도강’으로 바꾸려던 찰나 인스트럭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디펜더 130에는 7가지 주행 모드가 있습니다. 바닥에 자갈이 많으니까 ‘샌드’ 모드로 설정하세요.” 또 한 번 ‘이래도 되나’ 생각하며 뒤뚱거리는 차를 이끌고 행렬을 쫓아갔다. 무사히 웅덩이를 통과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앙다물고 있었다. 순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싶어 사이드미러를 쳐다봤다. 다들 번호판을 물속에 담근 채 불평 없이 뒤따르고 있었다.

시승 현장 곳곳에는 진흙밭이 펼쳐져 있었다. 무릎까지 파인 구덩이를 지날 때마다 바퀴가 털썩 소리를 내며 빠졌지만, 이번에도 디펜더는 군말 없이 네 바퀴를 돌리며 꿀렁꿀렁 험지를 올랐다. 진흙밭을 지나자 처음 도착해서 보았던 모래 언덕이 나왔다. 디펜더 130의 접근각과 이탈각은 각각 37.5도, 28.5도다. 이날 모래 언덕은 실제 한계 접근각과 이탈각에 근접한 높이였다. 내 차례가 되어 언덕을 오르자 일반 승용차에서 볼 수 없던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이 보였다. 반대로 언덕을 내려올 때는 보닛이 차에 곤두박질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귀신같이 눈치챈 인스트럭터는 “발 떼도 됩니다” 하고 말했다. 디펜더에는 경사로 주행 보조 장치(HLA)가 탑재되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릴 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밟을 떼도 차가 천천히 내려오도록 제동력을 유지한다.

디펜더 130은 국내에 디젤 및 가솔린,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1억3천7백7만원부터.

강물이 마른 황무지에는 고운 모래가 가득했다. 앞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모래폭풍이 일었다. 또 한 번 무전기가 울렸다. “디펜더 130에는 디펜더 모델 최초로 실내 공기 정화 플러스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실내외 공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편하게 숨 쉴 수 있어요. 각종 바이러스, 악취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먼지 구덩이로 뒤덮인 오프로드를 가지 않더라도, 요즘 같은 황사철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용할 기능이다.

이번에는 계곡이 기다리고 있었다. 디펜더 130에는 20인치 알로이 휠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지면에서 차의 가장 낮은 곳까지의 높이가 290mm에 달해 기본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높다. 그럼에도 계곡에 들어가자 물이 창문 밖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올라와 있었다. 지상고가 약 60mm 더 낮은 디펜더 90은 후방 카메라가 물에 잠겼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되지 않는다. 디펜더 130의 에어 서스펜션은 최대 145mm까지 차체를 높여 수심 900mm에서도 주행할 수 있다. 지난여름 강남역 일대가 잠겼을 때 ‘레인지로버라서 살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레인지로버의 최대 도강 깊이는 디펜더와 동일한 900mm다.

마지막으로 지나야 했던 길은 V자 형태로 만들어진 언덕이다. 일반 승용차에게는 협곡이나 다름없는 높이와 각도였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출발한 차의 뒷모습을 보니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져 차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로 협곡에 들어서니 ‘이거 진짜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찔한 상상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지만, 스티어링 휠을 휙휙 돌리다 보니 평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날 전복된 차는 없었다.

Editor : 주현욱 | Cooperation :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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