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주피터’, 베토벤 ‘영웅’은 그들 최고작품… 당시 악기로 들려줄 것”

이정우 기자 2023. 5.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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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현실의 삶, 그 위에 존재합니다."

현존하는 고음악 거장 필리프 헤레베허(76·사진)는 "음악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만 음악이 정말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는 그 누구도 표현할 수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헤레베허는 "고음악의 목표는 명료성에 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명료함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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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내한 ‘古음악 거장’ 헤레베허
‘정신과 의사’ 이례적 이력으로도 주목
“지휘자의 최고 덕목은 인간본성 이해”
17일 예술의전당·20일 부천아트센터

“음악은 현실의 삶, 그 위에 존재합니다.”

현존하는 고음악 거장 필리프 헤레베허(76·사진)는 “음악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만 음악이 정말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는 그 누구도 표현할 수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6년 만에 내한하는 헤레베허를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헤레베허는 이번에 ‘희망과 이상향 추구’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들려준다. 고전주의 시대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대표 교향곡이다. “한 시대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좋다”는 헤레베허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교향곡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두 작품 모두 계몽주의 정신과 관련돼 있고 긍정과 희망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난과 시련을 딛고 얻는 ‘인간의 승리’를 담았다고 할까요. 어떤 면에서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한 것 같군요.”

고음악 혹은 역사주의 연주란 작곡되는 시대의 양식으로 만든 악기로 당시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하는 것이다. 바이올린 현을 일반적인 ‘강철 현’이 아니라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 현’을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 들어 전설적 지휘자 구스타브 레온하르트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주도했고, 헤레베허·존 엘리엇 가드너 등이 명맥을 잇고 있다.

다만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시대 악기를 쓰면서도 모차르트, 베토벤에서 안톤 브루크너, 구스타프 말러 등 19세기 후반 낭만주의 음악까지 들려준다. 그는 “음악적 지평을 넓히려는 마음을 가진 이후부터 더 이상 고음악을 고집하지 않는다. 음악적 관심을 현대음악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연주 영역은 넓혔지만 고음악의 철학은 그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헤레베허는 “고음악의 목표는 명료성에 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명료함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시대 악기 연주자들은 현대 악기로도 뛰어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그는 “샹젤리제 연주자들은 대부분 현대 악기와 시대 악기를 모두 다루며 기술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기 낭만주의 대곡들이 중세 말에서 20세기 사이에 지어진 다성음악의 ‘아치’로서 고대 음악과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라는 이례적 이력을 갖고 있는 헤레베허는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음악가들은 보통 개방적이고 감정적으로 풍부한데, 지휘자에겐 무엇보다 분석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며 “대학에서 사고하는 법을 배우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일 부천아트센터.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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