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헤어짐의 연속… ‘온전한 작별’ 향한 바람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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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는 작별하는 일이 인생 같다."
예기치 않은 일로 소중한 이들과 헤어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가 신경숙의 신작 '작별 곁에서'(창비)는 만남보다 헤어짐이 잦아지고 그로 인한 상처의 강도는 좀처럼 줄지 않는 모든 이들을 향한 위로다.
2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당신이 사랑한 것, 마음이 묻어있는 것들과 온전하게 작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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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잃고 제주도로 흘러간 화자
4·3사건 흔적보며 의지 되찾아
상처 딛고 살아야하는 삶 표현
“떠올리면 아프지않고 미소띠는
그것이 ‘온전한 작별’ 아닐까”
“지금 내게는 작별하는 일이 인생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군가를 새로 만나는 일보다 소중한 누군가와 작별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 예기치 않은 일로 소중한 이들과 헤어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가 신경숙의 신작 ‘작별 곁에서’(창비)는 만남보다 헤어짐이 잦아지고 그로 인한 상처의 강도는 좀처럼 줄지 않는 모든 이들을 향한 위로다. 2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당신이 사랑한 것, 마음이 묻어있는 것들과 온전하게 작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 연작소설집에는 2013년 발표한 ‘봉인된 시간’, 2019년에 쓴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최근 집필한 신작 ‘작별 곁에서’ 등 세 편의 중편이 담겼다.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 조국과 작별한 ‘봉인된 시간’의 화자는 고국을 그리워하며 짧은 인연을 맺었던 ‘나’에게 편지하고,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의 ‘나’는 독일에서 암투병 중인 친구의 작별인사 이메일을 받고 친구를 만나러 떠난다. ‘작별 곁에서’는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낸 후 ‘봉인된 시간’의 화자에게 답장을 쓰는 ‘나’의 이야기다.
신경숙 작가가 작별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펴낸 데는 재작년 운명한 부친을 향한 그리움이 있는 듯했다. “나이 때문일까요”라고 운을 뗀 그는 “기쁜 일보다 소중한 것을 잃는 일 앞에 더 자주 서게 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딘가로 떠났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잠시 헤어졌던 친구와 다시 만나는 것, 이런 게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가. 이 작품을 쓰며 많이 생각했어요.” 그는 “매 순간이 헤어지는 순간인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책과도, 오래 썼던 만년필과도, 아버지가 남긴 모자와도 작별하죠. 매 순간 다가오는 헤어짐, 작별을 ‘온전하게’ 이뤄내는 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온전한 작별’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 마음에 쑤욱 들어오는 작별이요. 생각하면 아픈 게 아니라 생각하며 가만히 미소도 짓게 되고, 그와의 시간을 반추할 때 쓸쓸하지 않은 것. 그게 온전한 작별이겠죠. 아직 아버지와는 ‘온전한 작별’을 못 한 것 같아요.”
‘헤어짐’을 뜻하는 단어는 많다. 이별, 작별, 고별, 석별…. 신 작가는 ‘작별(作別)’을 골랐다.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는 뜻이에요.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말을 품고 있죠. 보이진 않지만 함께 있다, 오늘도 내일도 안부를 묻겠다, 그런 의미로 ‘작별’을 택했습니다.”
소설 ‘작별 곁에서’에서 ‘나’는 딸을 잃고 수년을 방황하다 제주를 찾는다. 2021년작 ‘아버지에게 갔었어’의 주인공도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었다. 그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소중한 것의 메타포가 ‘딸’이라고 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저에겐 작품이고요. 내 작품을 의인화한다면 뭘까, 딸이더라고요. 아들도 아닌 딸이요. 여성에게 있어 딸의 존재는 조금 더 특별한 것 같아요.”
침잠하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제주의 집주인 ‘유정’이다. 유정의 안내로 4·3 사건의 아픈 흔적을 마주한 ‘나’는 “내 숨이 내 것만이 아니”며 “다 살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라는 유정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삶 쪽으로 내디딜 힘을 얻는다. “부서진 자리에서 다시 살아봐야 하는 것이 숨을 받은 자들의 몫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소중한 무엇을 잃어도 다시 살아가야 하는 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라는 것을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줄 수많은 ‘유정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요.”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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