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기관에 AI 도입을… 수도권·지방 의료격차 해소에 도움”[기고]
3월 20일부터 대중교통 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일상 회복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3년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방역수칙 준수 등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공공의료기관과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특히 지방 소재 공공의료기관의 전문의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A 공공의료기관에서는 응급의학 전문의 5명 중 3명이 퇴사하면서 응급실을 주 4일로 단축 운영하고 있다. 내과·소아과·흉부외과 등 필수 진료과를 모두 갖춘 곳도 35개 중 8개에 불과하다. B 공공의료기관은 필수 진료과인 내과 전문의를 1년째 구하지 못해 지역 주민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속적인 적자로 의료 장비가 노후화돼 의료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환자가 서울로 원정 진료를 오고 있는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에만 전체 진료비 26조1035억 원 중 지방에서 서울로 온 환자가 지불한 진료비가 무려 9조6372억 원이라고 한다. 환자 10명 중 4명 정도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원정 진료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과 수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의료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빌 게이츠는 챗GPT가 윈도 운영체제와 더불어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평하며, 초거대 AI 모델을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든 방식의 데이터를 분석·추론해 환자 맞춤형 약물 부작용 예측, 투약 수준 제언 등 의료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AI 기술이 의료 취약 지역 및 소외 계층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어려운 현실을 해결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의료시설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군(軍) 의료 현장에서 흉통과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던 국군장병의 엑스레이를 ‘AI 진단 솔루션’을 활용해 판독한 결과 기흉임이 확인돼 신속하게 상급병원으로 이동 조치하거나 아나필락시스 쇼크증세(특정물질의 과민 반응증세)를 보이던 응급환자를 ‘AI 기반 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발표한 범부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에도 이러한 AI 기반 디지털 의료기술을 공공의료기관과 의료 취약 지역에 도입하고 확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공공의료기관에 의료 AI 도입을 지원한다.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된 4개 컨소시엄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AI 솔루션을 보급하고, 공공의료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질병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과 예측이 가능해져 의료진의 업무 부담은 줄어들고,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또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다. 수도권에 비해 고령화 비율이 10%포인트 높은 지방에서 응급의료 수요가 더 높지만, 시도별 의료 접근성을 살펴보면 현실은 그 반대이다. 차량 이동으로 서울은 3분 안에 종합병원에 도착하지만, 경남·강원 등 지방은 30분 이상 운전해야 도착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방 공공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도입하면 고령층 대상 주요 질병인 뇌경색, 뇌출혈, 치매 등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전 예측을 통한 건강관리까지 가능하다.
이번 사업을 통해 효과가 검증된 AI 솔루션은 향후 보건복지부 등과 협업해 전국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며, 이는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AI와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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