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자충수 된 인터뷰, 야해서 논란 아닙니다 [이슈와치]

이민지 2023. 5. 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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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제작진 인터뷰로는 역부족인 모양새이다.

지난 4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일본 편'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이다. 신동엽, 성시경이 일본을 직접 찾아 성인용품점, 성인 VR방, 성인용품 회사, 호스트바를 찾았고 고객과 직원, 또 AV 배우들과 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인물:일본 편'은 AV 미화 논란으로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성(性)에 대한 솔직하고 다양한 담론을 다루는 것을 넘어 한국에서 제작, 유통이 불법인데다 성착취 논란이 나오고 있는 AV를 긍정적인 모양새로 다뤘다는 점이 거센 역풍을 만들었다.

진행자 신동엽이 대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 SBS '동물농장', tvN '놀라운 토요일' 등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라는 글이 시청자 게시판을 도배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연출자 정효민PD, 김인식PD가 5월 2일 언론과 만나 논란에 대한 생각을 직접 밝혔다.

안타깝게도 정효민PD, 김인식PD의 인터뷰가 오히려 자충수가 된 듯한 모습이다.

제작진은 "성인 엔터테인먼트의 부분에서 AV는 일본에서 주류다. 1조원에 가까운 시장이고 편의점 산업규모와 맞먹을 정도다. 그렇게 생각하면 피해갈 수 없고 다뤄야 한다 생각했다. 성인 관련 산업은 명과 암이 있다. 그렇다면 일부 암이 있다고 해서 이 분야를 전혀 다룰 수 없는건가. 그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AV라는 소재를 꺼내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성+인물'은 AV 세계에 만연한 진짜 어두운 면은 조명하지 않았다. "이 분야에서 그 길을 걸어왔고 소신을 가지고 있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들어볼 수 있고 그 다음에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 생각했다"라고 말했으나 출연한 AV 배우들은 AV 산업의 진짜 열약하고 어두운 부분은 전혀 이야기 하지 않고 일에 대한 즐거움, 슈퍼카를 살 수 있는 재력을 자랑했다. 업계에서 대우 받는 극소수의 톱 AV 배우들이기 때문일터. 정말 AV 배우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이 산업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소신을 받고 직업적 소명감을 갖고 일하는지 그 사람을 존중하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가 포인트였다고 하지만 분위기와 그 대화 내용은 한없이 가벼웠고 웃음 소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특히 "성범죄율을 낮춰준다"는 AV 배우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고스란히 전달한 모습은 도리어 음란물이 공격성을 높인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있는 상황에서 헛웃음이 나오는 지점이다. "대화를 통해 AV 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AV는 진짜가 아니고 연출된 상황이라는 말이 AV 배우 입장에서 가장 하기 싫은 말일 수 있고 그 산업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일 수 있다"라며 나름의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는 자평은 AV 산업의 진짜 문제점을 생각하면 공허할 수 밖에 없다.

"본인들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미화한다고 표현할 순 없다"라는 말은 대중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예능이 이 정도 화제성을 갖기 시작하면 교양에서도 다루게 되고 시사에서도 다루게 되고, 그러면 좀더 그쪽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주는 부분이 있다. 담론이 나올 수 있으면 역할을 해낸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는 말은 일면 일리가 있다. 거대한 담론을 끌어내릴 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양'과 '다큐'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고 예능이기 때문에 이 왜곡된 산업을 단순히 재미로만 다뤄도 된다는 자세는 무책임하기도 하다.

한국과 타국의 문화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성에 관한 관점도 마찬가지. 이 부분을 다뤄보고자 한 제작진의 기획의도는 충분히 흥미롭다. '성+인물:일본편'의 성인용품 탐구, 성인용품 회사 편 같은 경우 이런 기획의도와 맞물려 과감한 19금 예능의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중의 비판은 단순이 '성+인물'이 야한 예능이라서, 성이 금기시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성을 뒤틀리지 않고 건강하게 다뤄야 그 위에 찝찝하지 않은 웃음이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고민의 흔적 없이 뒤틀린 성 판타지만 남은 AV를 가볍게 다뤘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성+인물' 제작진은 대만 편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상태.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합법화된 곳에서 대만의 LGBT를 비롯한 다양한 성문화를 소개하겠다는 포부다. 제작진은 "AV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대만 편에서는 더 많이 확장된다"라며 "우리는 인간의 삶의 방식이나 삶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계속 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만 편이 공개된다면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기획의도도 더 명확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다. 제작진의 확신대로 대만편을 통해 기획의도를 제대로 보여주는 19금 예능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AV 편의 패착을 극복할 수 있을지 큰 과제로 남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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