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눈물'과 '아들의 추억'으로 되새긴 '위대한 축구 개척자' 박태준 회장

조남기 기자 2023. 5. 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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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작별한지 어언 12년이 흘렀지만,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발자취는 여전히 축구계에 자욱하다.

성스러운 명예의 전당에도 박태준 회장의 존재감이 뚜렷했다.

이날 '선수 부문'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최순호 수원 FC 단장은 박태준 회장의 리더십과 위대함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박태준 회장이 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는지는 그의 아들 박성빈 씨가 대리 수상자로 등장했을 때도 다시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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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세상과 작별한지 어언 12년이 흘렀지만,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발자취는 여전히 축구계에 자욱하다. 성스러운 명예의 전당에도 박태준 회장의 존재감이 뚜렷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앰버서더 풀만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초대 K리그 명예의 전당 기념 행사가 열렸다. 박태준 회장은 '공헌자 부문'에 헌액됐다. 그는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의 설립자였으며, 두 클럽을 위해 '전용구장'까지 지은 개척자이자 도전자였다.

박태준 회장은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의 조물주다. 클럽의 창립자로서 아무나 할 수 없는, 불가능해 보이는 작업을 숱하게 해냈다. 덕분에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는 K리그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구단들로 자리 잡았고 세상 부럽지 않은 '집'까지 가지고 있다.

박태준 회장이 건설을 명한 포항 스틸러스의 축구 전용구장 스틸야드엔 '청암존'이라는 특별한 스탠드까지 존재한다. 청암은 박태준 회장의 별호다. 청암존의 실재는 그가 클럽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음을,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쭉 이어진다는 걸 방증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래퍼드에 알렉스 퍼거슨 스탠드가 있다면, 포항 스틸러스의 스틸야드엔 청암존이 있다.
 

이날 '선수 부문'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최순호 수원 FC 단장은 박태준 회장의 리더십과 위대함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박태준 회장을 '공헌자 부문' 헌액자로 발표하던 시점, 최순호 단장은 연단에 올라 추천사를 전했다. 추천사 중간마다 최순호 단장이 울먹거리는 순간이 왕왕 다가왔다. 말 한 마디에선 절절함과 진심이 묻어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박태준 회장님을 뵀다. 어린 학생이었던 나를 반갑게 맞아줬고 늘 더 큰 사람이 되라고 말씀해주셨다. 지금도 잊질 못한다. 축구 전용구장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그 시절, 회장님은 유럽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 최초의 축구 전용구장을 건립했다. 최초의 클럽하우스와 유스 시스템 확립까지도 모두 회장님이 남긴 유산이다. (중략) '한국 축구의 미래에 옳은 일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삼고 판단해라'라는 말을 하셨다. 혜안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최초의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스템을 강조했던 선각자,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셨던 분, 박태준 회장님을 소개한다."

전설의 눈물과 추천사는 현장에 있던 모두에게 크나큰 울림을 전했다. 머나먼 과거에 박태준 회장이 한국 축구계를 위해 어떠한 과업을 수행했는지, 얼마만큼 진심이었는지가 세월과 공간을 거슬러 장충동에 와 닿았다. 박태준 회장이 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는지는 그의 아들 박성빈 씨가 대리 수상자로 등장했을 때도 다시금 느껴졌다. 박성빈 씨는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전했다.

"대리인으로 왔다. 가신지 햇수로 12년이 됐다. 추억할 시간을 주셔서 감사하다. 선친은 축구를 참 좋아하셨다. 나의 유년기에서 축구가 반짝거리는 추억이 된 까닭이다. 짬을 내어 동대문 운동장에 같이 내주신 것도 기억나고, 말년엔 손주들과 함께 2006 FIFA(국제축구연맹) 독일 월드컵도 다녀오셨다. 평생을 간직할 소중할 기억들을 축구가 만들어줬다. (중략) 선친은 유독 축구인과 인연이 각별했다. 미래를 이끌 축구 인재를 만나는 걸 무엇보다 즐거워하셨다. 앞으로도 프로축구가 우리 일상에 더 가깝게 자리 잡길 바란다."
 

박태준 회장이 어떤 캐릭터였는지, 그의 축구 사랑이 가족의 기억에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아들의 추억'으로부터 묻어났다. 축구로 생성하는 '선한 영향력'을 사회와 가정에서 온몸으로 퍼뜨렸던 박태준 회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에너지는 지금까지도 K리그를 사랑하고 구성하는 모든 후세에게 전해진다.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 포항 스틸야드와 광양 전용구장. 두 클럽과 두 구장은 K리그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두 클럽의 역사는 K리그사에서 크나큰 영역을 점유하고, 시대를 앞서 건설된 축구 전용구장에선 현대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고풍스러운 멋이 흘러넘친다. 이 모든 시작점엔 박태준 회장이 있었다. 초대 K리그 명예의 전당 공헌자 부문에 박태준 회장이 반드시 '처음'으로 선정돼야 했던 까닭이다. 박태준 회장만큼 진정성 넘치던 '축구 기업가'는 예나 지금이나 찾아보기 힘들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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