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년 전 프랑스 대표 술과 한국 대표 술이 만난 날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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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프랑스가 1866년 우호 통상 조약을 맺기도 전에 양국 관리가 만나 각국을 대표하는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상대 나라의 정취를 맛보는 자리가 있었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몽티니 영사가 선원들과 상하이로 떠나기 하루 전 나주 목사에게 샴페인을 선물했고, 조선의 술을 담았던 도자기를 받아와 후일 프랑스 정부에 기증했다는 일화는 프랑스 외교문서, 조선시대 문헌 비변사등록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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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조선과 프랑스가 1866년 우호 통상 조약을 맺기도 전에 양국 관리가 만나 각국을 대표하는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상대 나라의 정취를 맛보는 자리가 있었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1851년 5월 2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주재하던 프랑스 영사 샤를르 드 몽티니가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난파한 프랑스인 선원들을 데리고 돌아가기 전 당시 비금도를 관할하던 나주 목사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다.
몽티니 영사가 선원들과 상하이로 떠나기 하루 전 나주 목사에게 샴페인을 선물했고, 조선의 술을 담았던 도자기를 받아와 후일 프랑스 정부에 기증했다는 일화는 프랑스 외교문서, 조선시대 문헌 비변사등록에 등장한다.
평소 조선에 관심이 있었던 몽티니 영사는 고래를 포획하겠다며 프랑스 북부 르아브르를 출발해 이역만리 아시아까지 왔다가 길을 잃은 프랑스인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통역관과 군인을 대동한 채 조선을 찾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꼭 172년이 흐른 2일(현지시간)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그날의 만찬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 전통주 막걸리와 프랑스 샴페인을 맛보는 행사를 몽티니 영사가 받아온 도자기를 전시 중인 국립도자기박물관에서 개최했다.
실제로 나주 목사가 몽티니 영사에게 대접한 조선 술이 무엇이었는지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미뤄봤을 때 몽티니 영사가 그 자리에서 맛본 술은 막걸리로 추정된다는 게 대사관 측의 설명이다.
막걸리와 샴페인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던 이날 행사에는 샤를르 고메르 프랑스 샴페인협회 사무총장, 정규석 한국 막걸리협회 고문, 양국의 첫 만남을 알린 피에르 에마뉘엘 루 파리 7대학 부교수를 비롯해 프랑스 외교부 관계자, 파리 주재 외교단 등이 참석했다.
고메르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근대의 한불 관계가 양국을 대표하는 술인 막걸리와 샴페인을 통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고, 정 고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샴페인과 한국 무형문화재인 막걸리가 만난 특별한 밤"이라고 표현했다.
몽티니 영사가 비금도를 방문한 기록을 연구한 루 부교수는 "19세기 한국과 프랑스 관계를 이야기할 때면 보통 천주교나 병인양요를 떠올리곤 하는데 오늘 행사에서 그 전부터 양국 간에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재철 주프랑스 한국대사는 "오늘 행사를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기대한다"며 "2024년 파리 올림픽, 2026년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등을 계기로 양국이 한층 강화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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