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코인사이트]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총정리-①규제
앞서나간 유럽·바하마…바하마 총리 직접 참석해 사례 소개하기도
[편집자주]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이자, 주요 용어가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어려운 신생 산업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소식도, 암호화폐 투자와 직결된 소식도 독자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영통신사 <뉴스1>은 이해가 어려운 암호화폐·블록체인 소식을 쉽게 풀고, 나아가 향후 전망이나 분석까지 담은 ‘코인사이트(Co;insight)’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코인사이트’는 암호화폐를 뜻하는 ‘코인’과 ‘인사이트’의 합성어로, 암호화폐·블록체인 분야의 주요 소식을 인사이트 있게 분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오스틴=뉴스1) 박현영 기자 = 지난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Consensus) 2023'이 열렸습니다. <뉴스1>도 컨센서스에 직접 참석, 올해 블록체인 업계 트렌드를 체크하고 굵직한 업계 인사들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지난 컨센서스는 물론, 앞서 열렸던 다른 블록체인 행사들과 비교했을 때 단연 눈에 띈 점은 '규제 논의'가 확실히 부상했다는 것입니다.
규제 필요성이 커진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FTX 사태'를 기점으로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커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제는 업계 종사자들이 규제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사업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이처럼 규제 불확실성이 문제로 대두된 데다, 지난해부터 '크립토 겨울'이 이어졌지만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을 향한 산업의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컨센서스의 전시 부스를 여러 차례 돌면서 최근 블록체인 업계 트렌드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올해는 레이어1, 레이어2 블록체인 플랫폼 같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다시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열풍, 대체불가능토큰(NFT) 열풍을 거쳐 가장 기본인 인프라 단계로 트렌드가 돌아간 모습입니다.
또 규제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규제에 대비할 수 있는 솔루션들도 부상했습니다. 안전한 커스터디(수탁)을 위한 지갑 솔루션이나,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을 위한 세무 및 회계 처리 솔루션들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코인사이트>에서는 '컨센서스 2023' 취재 및 참관 후기를 총 세 편에 걸쳐 총정리해보겠습니다.
①미국도 '규제 불확실성' 혼란…앞서나간 EU·바하마
최근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핫이슈는 단연 규제입니다. 지난달 25일 가상자산 법안이 처음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는데요. 이용자 보호 내용이 포함된 가상자산 '기본법'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해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국내 가상자산 규제 필요성을 키운 게 지난해 '테라 사태'였다면 해외, 특히 미국의 규제 필요성을 키운 건 'FTX 사태'입니다. 테라 사태 역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지만 FTX 사태는 그야말로 규제 공백이 확연히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FTX 사태란 지난해 11월 거래량 기준 세계 2위까지 차지했었던 초대형 거래소 FTX가 일주일만에 파산에 이른 사건을 말합니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거래소 자산과 고객 자산을 제대로 분리하지 않고, 창업자이자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마음대로 방만 경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죠.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가상자산에 대한 기본법이 아직 없습니다. 그동안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서 나온 규제 관련 사항은 가이드라인 혹은 '그림자 규제'에 가까웠고, 연방증권법을 준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FTX 사태를 계기로 기본법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또 테라 사태를 계기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의 필요성도 커졌고요.
이 같은 분위기는 컨센서스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이번 컨센서스에는 '가상자산 규제 서밋'이 따로 마련돼 정부 및 의회 관련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습니다. 행사 기간 3일 중 마지막날이었던 지난달 28일은 이 '규제 서밋'이 장식했죠.
규제 서밋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규제 불확실성(regulatory uncertainty)'이었습니다. 매 발표 세션마다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언급됐는데요.
예를 들어 지난달 SEC는 알고랜드(ALGO) 등 6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했는데, 해당 발표가 나오자 소셜미디어에서는 4년 전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행사에 참석한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이 "알고랜드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언급한 영상이 떠돌았습니다. 당시 겐슬러는 SEC 위원장이 아니었지만, 불과 몇 년 전 훌륭한 블록체인 기술을 상징하던 가상자산도 증권으로 분류될 정도로 규제기관의 기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방증이었죠. 이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도 관련 사업을 영위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규제 서밋에서 가장 인기 있던 세션은 이런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문제를 짚어준 '친(親) 가상자산' 의원들의 세션이었습니다.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미 공화당 상원 의원과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미 공화당 하원 의원이 함께 참석한 세션이었는데요. 두 사람은 각각 상, 하원 소속이지만 가상자산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맥헨리 의원은 5월 안에 공청회를 열고, 향후 두 달 안에 디지털자산 감독 법안을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루미스 의원은 상원보다 하원에서 더 일찍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맥헨리 의원의 계획에 힘을 실어줬죠.
이와 동시에 루미스 의원도 지난해 발의했던 가상자산 법안을 개선해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루미스 의원은 지난해 키어스틴 질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 민주당 상원 의원과 함께 발의한 '책임있는 금융 혁신 법안'의 개선된 버전을 6~8주 내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해당 법안은 통과 목표 시기였던 지난해 말까지 통과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공화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 규제 필요성에 초당적으로 합의한 사례로, 발의 당시에도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구체적인 시기를 내놓자 행사장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미국 가상자산 업계가 규제 마련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한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가상자산 기본 법안을 일찌감치 마련한 국가들의 사례도 컨센서스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요. 규제 서밋에서는 최근 가상자산 법안 '미카(MICA)'를 통과시킨 유럽 연합의 사례도 여러 번 언급되며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견까지 등장했습니다.
FTX 본사가 위치했던 바하마의 총리가 직접 참석한 세션도 현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바하마는 2020년부터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법안을 시행해왔으나 FTX 사태가 터지고 조사를 떠안게 되면서 개정의 필요성이 증대됐습니다.
이에 바하마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디지털자산 및 등록 거래소에 대한 법률(Digital Assets and Registered Exchanges, DARE)'을 2023년 버전으로 공개했습니다. DARE 2023년 버전에는 다양한 디지털자산 상품 및 서비스에 관한 규정이 담겼을 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자세한 규정도 포함됐습니다.
이 같은 바하마의 발빠른 조치는 컨센서스에 모인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규제를 빠르게 마련하는 곳이 다음 '크립토 허브'가 될 것이라는 데는 세션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컨센서스 총정리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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