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국주의…‘K콘텐츠’ 제작·유통 플랫폼 종속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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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캐나다 공영방송 <시비시> (CBC)의 대표 캐서린 테이트는 넷플릭스의 야심이 "새로운 문화 제국주의의 시작"과 관련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시비시>
넷플릭스는 미국 외 국가에 스트리밍 서비스 명분으로 지역 공동체 문화 발전과 다양성 기여를 강조하지만, 결국 19세기 제국주의자들처럼 경제적·정치적 패권의 확장일 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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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캐나다 공영방송 <시비시>(CBC)의 대표 캐서린 테이트는 넷플릭스의 야심이 “새로운 문화 제국주의의 시작”과 관련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외 국가에 스트리밍 서비스 명분으로 지역 공동체 문화 발전과 다양성 기여를 강조하지만, 결국 19세기 제국주의자들처럼 경제적·정치적 패권의 확장일 뿐이라는 것. 그는 특정 국가의 기업 하나가 각 나라의 문화 산업에서 일방적인 역할을 맡을수록 그 대가 또한 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러한 문화 제국주의 이후 지역 공동체에 미치는 피해가 어떻게 일어날지 빨리 가늠하기를 촉구했다.
초국적 규모 확장으로 플랫폼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넷플릭스 현상에 대한 비판 연구도 늘고 있다. 뉴욕시립대 바룩칼리지 스튜어트 데이비스 교수는 2021년 ‘넷플릭스 제국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에서 이들의 야망이 각 나라의 미디어 산업과 이용자에게 주는 영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잠재적 경쟁자를 차단하고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광고 없는 편성’이라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로 단기간 전 세계 구독자를 끌어모았는데, 주지하다시피 아이피(IP·지식재산권)를 독점하는 고예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내재화했다. 2010년 캐나다를 필두로 200여 국가의 미디어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한 넷플릭스는 현지화와 초국적화라는 두 가지 전략을 활용한다. 대상 국가의 콘텐츠 라이선스 구입은 물론 제작 프로덕션 시설 구축, 현지 직원 채용 등을 통해 현지화하고, 초국적인 다국적 제작 스튜디오에 큰 투자를 한다. 해당 국가의 그 어떤 경쟁업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일관된 오리지널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는 전략이다. 구독자 증가 속도보다 콘텐츠 제작 비용을 과도하게 투입해 진입장벽 자체를 높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세 회피를 위한 현지 고용이나 독립제작자들에게 외주를 주고 임금 격차를 악용하는 일도 발생한다. 고려대 박지훈 교수도 최근 연구에서 넷플릭스가 글로벌 유통 수익을 통해 단시간 순이익을 회수할 수 있어서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지적했다.
데이비스 교수의 연구는 기업 성장의 원재료로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넷플릭스는 여타 빅테크 기업과 달리 이용자 데이터를 추천 알고리즘 개선을 위해 내부적으로만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용자 데이터로 제작 트렌드와 시청자 취향을 예측적으로 평가할 때 알고리즘에 의해 암묵적인 편견이나 인종적 고정관념, 차별 패턴 강화 방식으로 추천이 이루어질 수 있고, 잠재적으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이용자 참여라는 구실로 특정 문화적 편견이나 이념적 관점이 강화된 ‘문화 제국주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문화적 취향과 집단적 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야말로 무섭고도 강력한 힘이다.
며칠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크게 성공한 제작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직접 들었다. 한국 콘텐츠 업계는 당장 줄기만 보면 싱싱해 보이지만, 뿌리는 죄다 썩었다고. 홍콩영화처럼 몰락할까봐 두렵다고. 4년간 케이(K)-콘텐츠를 알차게 뽑아먹고 다른 영토로 이전해 넷플릭스 제국주의를 팽창시켜 나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는가. 자국 콘텐츠 업계 보호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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